'도하 참사' 당한 슈틸리케 감독, 결국 경질 되나

입력 2017-06-14 07:19
수정 2017-06-14 07:52
'도하 참사' 당한 슈틸리케 감독, 결국 경질 되나

재신임 명분 상실…정해성 수석코치 '직무대행' 가능성

'골든타임' 놓친 이용수 위원장·정몽규 회장 책임론도 제기

(서울=연합뉴스) 이동칠 기자 = '슈틸리케 감독의 경질을 막을 최후의 방어선마저 무너졌다.'

'독이 든 성배'라는 한국 축구대표팀의 사령탑으로 근근이 생명을 연장해왔던 울리 슈틸리케(63) 감독이 '도하 참사'로 기록될 카타르와의 2018 월드컵 최종예선 2-3 패배로 다시 한 번 거센 경질 요구에 직면하게 됐다.

월드컵 최종예선 8차전을 앞두고 국내 축구계에서는 카타르전이 한국 축구의 명운은 물론 슈틸리케 감독의 운명을 가를 '단두대 매치'라는 시각이 지배적이었다.

카타르전 승리로 9회 연속 월드컵 본선 진출에 청신호를 켠다면 슈틸리케 감독이 대표팀 지휘봉을 계속 잡을 명분을 쌓을 수 있었다.

그러나 '약속의 땅'으로 불린 도하에서 최악의 시나리오였던 패배가 현실이 되면서 해임 또는 슈틸리케 감독 자진 사퇴 쪽으로 결론 날 가능성이 커졌다.

슈틸리케 감독은 앞서 몇 차례 경질 위기를 맞았지만 그때마다 고비를 넘기는 살얼음판 행보를 이어왔다.

2015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 준우승 직후에는 지도력을 인정을 받아 '갓틸리케' '늪축구' '다산 슈틸리케' 등 신조어를 만들어냈던 그는 2016년 6월 유럽 원정으로 치른 스페인과 평가전에서 1-6 참패를 경험하면서 팬들의 질타를 받았다.

그는 또 작년 10월 이란과 월드컵 최종예선 4차전에서 0-1로 패한 후 선수들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듯한 말을 했다가 다시 거센 비난 여론에 휩싸이기도 했다.

그때마다 슈틸리케 감독은 승리 소식을 전하며 경질설을 불식시켰다.

그러나 '창사 참사'로 명명된 지난 3월23일 중국전 0-1 패배와 안방에서 1-0 승리에도 불안감을 떨쳐내지 못한 시리아전에서 슈틸리케 감독의 지도력이 다시 도마 위에 올랐다.

당시 대한축구협회 기술위원회는 본선 직행권 2위를 유지하고 있어 해임할 명분이 약한 데다 대체할 거물급 사령탑을 영입하기 어렵다는 '대안 부재론'을 내세워 슈틸리케 감독을 재신임했다.

하지만 경험이 적은 신예 선수들을 중요한 경기에 투입하는 어설픈 용병술과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에서 맹활약한 손흥민(토트넘) 등 해외파들의 경기력을 대표팀에 녹여내지 못하는 아쉬운 지도력 때문에 경질 여론은 수그러들지 않았다.

특히 지난 8일 이라크와 평가전에서 기성용(스완지 시티)을 스리백의 센터백으로 기용하는 무모한 실험 속에 '유효슈팅 제로'의 굴욕을 겪어 이번 카타르전에서 달라진 모습을 보여줄지 관심이 쏠렸다.

하지만 카타르와의 일전에서도 무기력한 경기 속에 패배를 당하면서 더는 슈틸리케 감독이 책임을 피할 핑계마저 사라졌다.

한국 축구는 월드컵 최종예선에서 우즈베키스탄과의 승점 차를 4점으로 벌릴 기회를 살리지 못해 본선 직행 티켓이 주어지는 2위를 불안하게 유지하고 있다.

오는 9월 5일 우즈베키스탄과 월드컵 최종예선 마지막 경기에서 본선행 여부를 결정해야 하는 최악의 상황을 초래한 것이다.

러시아행 희망이 아직 남아있지만, 최악의 시나리오가 현실화한 것에 축구협회의 책임도 자유로울 수 없다.

슈틸리케 감독의 유임은 이용수 축구협회 기술위원장이 결정했지만, 그 배후에는 정몽규 축구협회장이 버티고 있었다.

감독 교체의 '골든타임'을 놓치면서 한국 축구의 위기를 자초한 축구협회 집행부도 책임을 피할 수 없다.

슈틸리케 감독이 결국 물러난다면 정해성(59) 수석코치가 당분간 감독 직무대행을 맡을 공산이 크다.

다음 최종예선인 8월 31일 이란과의 홈경기까지 두 달여의 촉박한 일정 때문에 거물급 감독을 영입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정해성 수석코치는 감독은 2002년 한일 월드컵 당시 거스 히딩크 감독의 코칭스태프로 '4강 신화' 창조에 힘을 보탰고, 2010년 남아프리카공화국 월드컵 때는 허정무 감독을 보좌해 한국 축구 사상 첫 원정 16강 진출 쾌거를 이루는 데 기여했다.

축구협회가 슈틸리케 감독 경질이라는 극약 처방으로 대표팀에 새로운 변화를 줄 지 주목된다.

chil8811@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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