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철스님 "남쪽의 귤도 북쪽에선 탱자…양면 봐야"

입력 2017-06-14 08:05
수정 2017-06-14 08:08
원철스님 "남쪽의 귤도 북쪽에선 탱자…양면 봐야"

여섯 번째 산문집 '스스로를 달빛 삼다' 출간

(서울=연합뉴스) 박수윤 기자 = "남쪽의 귤이 북쪽에 가면 탱자가 되지만 그럼에도 봄이 되면 꽃은 함께 핍니다. '본질'은 고정된 게 아니라 조건에 따라 달라지는 것이지요."

지난 12일 서울 종로구 조계사 내 불교역사문화박물관에서 만난 원철(57) 스님은 여섯 번째 산문집인 '스스로를 달빛 삼다'(휴)를 꿰뚫는 열쇳말을 '양면 보기'라고 설명했다.

1986년 합천 해인사에서 출가한 원철 스님은 해인사 승가대학 교수, 월간 '해인' 편집장, 조계종 총무원 기획국장, 교육원 불학연구소장, 해인사 승가대학장을 거쳐 포교의 사령탑인 조계종 포교연구실장을 맡고 있다.

그는 중국, 일본 스님들과 필담으로 불교철학을 논할 정도로 한문에 조예가 깊지만, 에세이를 쓸 때면 펜보다 키보드가 편한 '신세대'이기도 하다.

원철 스님은 초여름 싱그럽게 가지를 뻗친 배롱나무를 가리키며 "배롱나무꽃도 무덤 옆에선 처연해 보이지만 부잣집 정원수로 심기면 전혀 느낌이 다릅니다"라고 말문을 열었다.

이어 "이처럼 고정된 상(像)이 없다는 걸 알면, 진영논리에 빠지지 않게 됩니다. 사물을 현재의 눈으로만 보지 말고 과거에는 어땠을지, 앞으로는 어떻게 변할지 보는 시방삼세(十方三世)의 시각을 가져야 합니다"라고 말했다.

스님의 글은 딱딱하지 않다.

매일 보수지, 진보지, 경제지까지 신문 3개를 챙겨보는 부지런함과 변화무쌍한 서울살이가 그를 소탈한 대중 언어로 이끌었다.

책에도 tvN 드라마 '도깨비'부터 월남 쌀국수 등 일상에서 길어 올린 소재들이 무궁무진하다.

그래서인지 스님은 속세의 갈등과 대중이 겪는 고통에도 관심이 많다.

"남북 분단 속에 일부 정치인은 지역갈등을 만들어 이득을 얻어왔어요. 하지만 지난 총선, 이번 대선에서 지역적 구도가 많이 깨졌지요. 우리 안에서 남의 이야기를 듣고 남을 이해하려는 '양면 보기' 운동이 일어나고 있는 겁니다."

'촛불'과 '태극기'로 대변되는 세대 간 분열상에도 따끔한 죽비를 내렸다.

스님은 "유교식 표현을 차용한다면 불교의 '중도(中道)'는 역지사지입니다. 노년층은 일제시대와 한국전쟁까지 거친 세대이니 젊은층과 사고방식이 같을 수는 없겠죠. 그래도 노년층은 여유를 가지고 젊은이에게 생각을 강요하지 말고, 젊은 사람들도 '꼰대'라고 피하면서 노년층과 대화를 단절해선 안 됩니다"라고 강조했다.

이어 "항상 힘 있는 사람이 힘없는 사람을 끌어안아야 해요. 그런 식으로 양쪽이 접점을 찾으려고 의식적으로 노력해야지, 노력 없이 자연스럽게 갈등이 해소되는 건 아닙니다"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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