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정의 '선공', 외고·자사고 폐지 신호탄 되나
경기교육청 "앞으로 재지정 없다"…학교 측 "일방적이고 초법적 발언"
(수원=연합뉴스) 이영주 기자 = 경기도교육청이 전국 시도교육청 중 처음으로 외고·자사고 폐지를 공식화하면서 그간 내재했던 갈등의 불씨를 수면 위로 끌어올렸다.
이재정 경기도교육감은 13일 기자간담회에서 "앞으로 외고와 자사고 재지정을 하지 않겠다"며 외고·자사고 폐지 방침을 밝혔다.
학교를 계층화, 서열화하는 외고와 자사고를 모두 일반고로 전환해 공교육을 바로 잡겠다는 취지다.
문재인 정부가 출범하면서 문 대통령의 교육 공약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긴 했으나, 교육감이 나서 직접 '외고, 자사고 등 폐지 방침'을 밝힌 건 이번이 처음이다.
당장 다른 시도교육청이 어떤 입장을 취할 지도 주목거리다.
외고·국제고 등 특수목적고와 자사고, 마이스터고 등은 2008년 출범한 이명박 정부가 '하향 평준화'한 학교 교육을 되살리고 다양한 교육 수요에 부응한다는 취지의 교육정책을 수립하면서 활성화됐다.
그러나 학생 선발권이 학교장에게 주어진 특목고와 자사고로 우수 학생들이 쏠리면서 학교 서열화와 대입 위주 교육을 심화시켰다는 지적을 받아 교육개혁 대상으로 꼽혀왔다.
외고·자사고 폐지 논의가 본격적으로 시작된 만큼 어떤 방식으로 폐지 절차가 진행될 지도 관건이다.
일단 특목고와 자사고 등의 지위가 규정된 초중등교육법시행령을 개정, 법률상에서 외고·자사고 자체를 삭제하는 방법이 있다.
또는 법률에 근거해 재지정 평가를 종전처럼 진행하되 지정 권한을 가진 교육감이 지정하지 않는 방안도 있다.
교육감은 취소 결정에 대해 교육부 동의만 얻으면 되기 때문에 현 정부 기조 하에선 큰 어려움 없이 외고, 자사고 폐지 방침을 관철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해당 학교와 학부모들의 반발을 최소화하고 어떻게 설득해 나가느냐이다.
경기지역 한 자사고 관계자는 이날 이 교육감의 발언에 대해 "대상 학교들과 어떠한 협의 절차도 없이 일방적으로 발표하는 것은 직권남용이나 다름없다"며 "받아들일 수 없다"고 강하게 반발했다.
이 관계자는 "전국 자사고 중에는 산골짜기에 있는 학교도 있고, 주변에 중학교가 전혀 없는 학교도 있어 일반고 형태로 학교를 운영하라는 건 폐교 수순으로 몰아가는 것"이라며 "이런 현실을 반영하지 않고 한 번에 모두 바꿔버리겠다는 건 적절하지 않다"고 강조했다.
이들 학교는 재학생에게 당장 불이익은 없겠지만 당장 내달부터 시작하는 내년도 신입생 모집에 적지 않은 타격을 볼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도교육청은 재학생은 물론 신입생에게 불이익이 없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도교육청 학교정책과 관계자는 "자사고일 때 입학한 학생은 졸업할 때까지 자사고 커리큘럼으로 수업을 받게 될 것이기 때문에 학생들에게 피해는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young86@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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