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장도 공원도 아닌 '서울로 7017'…위반행위 제재수단 없어
목줄 푼 반려견·전동휠 금지했으나 계도만 가능
서울로 인근 빌리려면 시간당 최고 10여만원
(서울=연합뉴스) 이태수 기자 = 서울시가 서울역 고가 보행길 '서울로 7017'에서 목줄 없는 반려견을 데리고 다니거나, 전동휠을 타고 다니는 행위 등을 금지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하지만 한강공원 등지와 달리 위반 행위에 대해 과태료를 부과하지 못하고 '계도'에 그쳐 단속의 실효성이 우려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14일 서울시의회에 계류 중인 '서울특별시 서울로 7017 이용 및 관리에 관한 조례안'에 따르면 서울로 7017에서는 ▲ 도로나 철도로 물건을 던지는 행위 ▲ 음주·흡연 ▲ 노숙·구걸 등 통행 방해 ▲ 쓰레기 무단투기·불장난·취사 ▲ 심한 소음·악취를 나게 하는 행위 ▲ 나무를 죽게 하는 것 등은 금지된다.
특히 반려동물 배설물을 수거하지 않고 그냥 두고 가거나 통제하는 줄(목줄)을 채우지 않고 입장하는 것도 안된다. 서울시장의 허가 없이는 유모차·휠체어 외에 자전거, '전동휠', 킥보드 등 바퀴 달린 이동수단도 사용할 수 없다.
최근 반려동물을 기르는 가구가 급속도로 늘어나면서 공원이나 한강 등지에서 목줄을 채우지 않아 다른 이용객에게 불편을 끼치는 사례가 늘어난 점 등을 반영한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시 관계자는 "자전거나 킥보드에서 내려서 이동수단을 끌고 가는 것은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이처럼 규제 대상 행동은 많은데 정작 실효성을 담보할 제재 수단이 사실상 없다는 점이다.
조례안은 "시장은 금지 행위에 대해 '행정지도'를 할 수 있다"고만 규정했을 뿐 과태료나 다른 제재 수단을 전혀 언급하지 않았다. 여기에서 행정지도란 계도를 가리킨다.
서울로 7017에는 외주 용역업체 소속 안전요원이 한 번에 10∼11명씩 3교대로 돌아가면서 근무한다. 하루 수만∼십수만 명이 찾는 서울로 7017의 질서유지와 안전이 별다른 제재 수단도 없는 안전요원들의 손에 맡겨진 것이다.
관련 조례에 따라 한강공원에서 반려견의 목줄을 풀어놓거나, 서울 시내 시장이 지정한 공원에서 술에 취해 소란을 피우면 과태료를 내야 하는 것과는 대비된다.
이 같은 '솜방망이 제재' 원인은 서울로 7017의 애매한 성격 때문이다.
광화문광장 같은 '광장'도 아니고, 반포·뚝섬·여의도 같은 '한강공원'도 아닌 보행 전용길이라는 새로운 시도인 탓에 조례를 적용할 상위 법률이 없는 것이다.
시 관계자는 "서울로 7017은 보행자 전용길이라 딱 맞게 적용할 제재 규정이 없다"며 "조례안을 만드는 과정에서 과태료 부과는 불가능하다는 결론을 얻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경범죄처벌법에 따라 소란을 피우면 112에 신고해 경찰이 과태료를 부과하는 것은 가능하다"며 "개장 초기인 만큼 최대한 시민 의식을 믿고 계도하려 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조례는 시민이 서울로 7017에서 행사를 열려고 할 때 내야 하는 이용료 규정을 갖췄다.
이에 따르면 만리공원 북측광장은 시간당 3만∼5만원, 만리공원 남측광장은 시간당 5만∼7만원, 광장 일부·교통섬·고가 하부는 ㎡당 1시간에 20∼30원이다. 서울로 7017 고가 상부 보행로는 빌릴 수 없다.
단 토·일·공휴일 30%, 야간 30%를 각각 가산하고, 토·일·공휴일 야간에는 50%를 가산하게 돼 있어 서울로 7017 인근을 빌리는 데는 시간당 최대 10만5천원가량 든다.
조례안의 세부적인 내용은 의회 심의·의결 과정에서 조정될 수 있지만, 큰 틀은 유지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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