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명을 만든 것은 호모 사피엔스의 '초사회성'"

입력 2017-06-13 16:05
"문명을 만든 것은 호모 사피엔스의 '초사회성'"

장대익 서울대 교수 신간 '울트라 소셜'

(서울=연합뉴스) 황희경 기자 = 영장류 중 호모 사피엔스가 문명을 꽃피울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일까. 여러 이론이 있지만 최근 들어 다수의 영장류학자는 탁월한 지성의 사회적 측면에 인간의 독특성이 있다고 주장한다.

다른 개체의 마음을 잘 읽고 대규모의 협력을 끌어내며 다른 개체로부터 끊임없이 배웠던 인간의 독특한 사회적 능력이 문명의 창조를 가능하게 했다는 것이다.

진화생물학자인 장대익 서울대 교수는 이런 인간의 독특한 사회적 능력을 '초사회성'(ultra-sociality. 울트라 소셜리티)이라고 부르며 신간 '울트라 소셜'(휴머니스트 펴냄)에서 초사회성을 탐구한다.

책은 진화생물학과 동물행동학, 영장류학, 뇌과학, 심리학, 행동경제학, 인공지능학 등 다양한 과학 분야의 연구와 실험을 소개하며 인간이 초사회성을 갖고 있다는 증거를 찾는다.

예를 들어 인간에게만 있는 눈의 흰 부분은 사회성과 관련이 있다. 전문용어로 '공막'이라고 부르는 눈의 흰 부분 때문에 인간은 타인의 시선을 읽을 수 있다.

드라마 주인공이 눈물을 흘리는 것을 보면 연기라는 것을 알면서도 따라서 눈물을 흘리는 것 역시 뇌 속의 '거울신경세포계'의 작용 때문이다.

다른 사람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 미루어 짐작하는 능력 역시 인간에게만 있다.

모방과 학습, 전수도 초사회성과 관련이 있다. 단순한 모방은 침팬지도 할 수 있지만 여기서 더 나아가 복잡한 절차를 모방하며 축적하고 전수까지 하는 인간의 능력이 문명 창조를 가능하게 했다.

초사회성에 긍정적 측면만 있는 것은 아니다. 초사회성이 진화하는 과정에서 차별과 집단 따돌림, 편견, 동조, 복종, 불평등 같은 어두운 면도 나타났고 이는 갈등과 사회 문제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책은 인간이 '지구의 정복자'가 될 수 있도록 했던 초사회성이 인공지능의 발달로 로봇과 인간이 공존하게 될 미래에는 어떤 역할을 할 것인가에 대한 물음을 던진다.

만약 인간의 표정을 읽고 말을 이해하고 교감을 나누는 등 사회성을 갖춘 로봇이 등장하게 된다면 인간과 기계의 관계는 어떻게 될 것인가.

"인간에게 반응하고 인간과 소통하는 로봇은 더 이상 기계덩어리가 아니다. 그런 존재와 더불어 살아가는 것은 머지않아 우리의 현실로 맞닥뜨릴 문제가 될 것이다. 이것이야말로 가까운 미래에 우리 일상이 마주할 어마어마한 충격이라고 생각한다. 그 충격의 원천은 로봇이 아니라 인간의 진화된 초사회성에 있다."

책은 지난해 네이버의 '파워라이트 온'에 연재됐던 내용을 바탕으로 했다. 272쪽. 1만5천원.

zitron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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