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연세대 폭발물' 원한관계 추적…대학원생들 조사(종합)
"폭발물 상자 누군가 직접 놓고 가…현장 CCTV 없어"
불특정다수 대상 테러 배제 못 해…건물 출입자 집중조사
(서울=연합뉴스) 김지헌 김예나 기자 = 경찰은 13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연세대 기계공학과 김모 교수 연구실에서 발생한 사제 폭발물 사고와 관련해 개인 원한관계에 의한 범행에 무게를 두고 용의자를 추적 중이다.
경찰은 김 교수의 평소 대인 관계를 면밀히 조사하고 있으며, 그에게 불만을 품은 주변 인물이 없는지 파악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경찰은 이와 관련해 김 교수 연구실 소속 대학원생들도 불러 조사를 벌이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최근 2년간 김 교수 연구실에 있었다는 한 대학원생은 경찰 조사를 받으러 와 "(김 교수는) 좋으신 분이다. 원한을 살 만한 사람이 아니다. 누가 그런 짓을 했는지 감이 안 잡힌다"고 말했다.
과거 김 교수 지도를 받은 다른 학생은 연합뉴스와 한 통화에서 "대학원생이나 동료 교수들과의 관계에서 별 문제가 없었던 분"이라며 "연구비 운영 등도 투명하게 하신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경찰은 폭발물 제조에 사용된 텀블러 등을 통해 용의자 신원을 뒷받침할 만한 단서를 일부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 관계자는 "텀블러가 거의 타버려서 자세하게 식별은 안 되지만 외국 대학의 마크가 붙어 있다"며 "한 가지 단서로 보고 조사 중"이라고 말했다.
경찰은 폭발물이 연구실 문 앞에 있었던 만큼 범인이 특정인을 겨냥했을 가능성을 집중적으로 조사하는 한편 불특정다수를 노리고 범행했을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폭발물은 사제폭탄으로 추정한다"며 "사고현장을 비추는 폐쇄회로(CC)TV가 없어 주변 CCTV를 모두 살펴보고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사고가 난 제1공학관 1층 출입구가 모두 7곳이고 모든 출입구에 CCTV가 있는 게 아니다"라며 "(사고가 난 4층) 주변과 위아래층의 CCTV를 중점적으로 확인하고 있다"고 밝혔다.
경찰은 폭발물이 담긴 상자가 택배로 배달된 박스가 아닌 사실을 확인, 누군가 직접 가져다 둔 것으로 추정하고 상자를 놓고 간 인물을 추적 중이다.
폭발물에 안에 들어 있던 것은 애초 알려진 뾰족한 나사못이 아니라 뭉툭한 나사로 확인됐다.
한편, 갑작스러운 사고가 발생하자 연세대 온라인 커뮤니티인 '세연넷'과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에는 과연 누가, 누구를 대상으로 범행을 저질렀는지에 관한 추측성 얘기가 난무하고 있다.
학생들은 폭발한 물체가 뇌관과 기폭장치, 화약 등을 갖추고 건물 4층에 있는 교수 연구실 출입문 앞에 놓여 있었다는 점에서 피해 교수에 대한 개인적 원한이나 감정에 따른 소행일 가능성에 주목했다.
일부 학생은 피해 교수가 누군지 추측하면서 교수와 대학원생의 관계를 지적하며 "대학원생을 노예로 부리는 교수들 경각심 좀 들었으면 좋겠다"는 글을 익명으로 남기기도 했다.
또 명확한 근거를 밝히지 않은 채 '교수 때문에 졸업이 취소된 사람이 있다', '내부자 소행이다' 등의 비난성 글도 잇따르고 있다.
그러나 다른 학생은 "학부 때 (피해 교수의) 수업을 수강해봤는데 학점도 나쁘게 주지 않았고 유쾌한 교수님이었다. 원한을 살 만한 분이 아니다"라고 반박하는 글도 올라왔다.
이날 사고는 오전 8시 40분께 연세대 제1공학관 4층의 이 학교 기계공학과 김 교수 연구실에서 발생했다. 김 교수가 연구실 앞에 놓인 상자를 들고 연구실로 들어가 상자를 열려 하는 순간 폭발이 일어났다. 김 교수는 손과 목 등에 화상을 입어 세브란스병원에 입원해 치료 중이다.
김 교수는 수년 전 판타지 영화에서나 볼 법한 '투명망토'를 만드는 데 필요한 물질을 개발하고 이를 실험적으로 구현하는 연구 업적으로 주목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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