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인근 발암물질 유출사고 논란…주민 "인체 노출 불안"
수원시, 피해 우려 없다는 이유로 2개월 넘게 사고내용 함구
주민들 "시가 불안감 키웠다"…토양·식수오염 대책 요구
(수원=연합뉴스) 김인유 기자 = 경기 수원시 영통구 신동 래미안영통마크원 2단지 주민들이 인근 도금공장에서 유출된 1급 발암물질 '6가 크롬'이 기화해 인체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하며 시에 대책을 촉구하고 나섰다.
수원시는 6가 크롬이 기화해 사람에게 노출될 가능성이 없다며 진화에 나섰으나, 주민들은 2달 전에 이미 6가 크롬 유출 사실을 알고도 시가 주민들에게 정보를 제공하지 않아 불안감을 키웠다고 비난하고 있다.
논란의 시작은 지난 3월 30일로 거슬러 올라간다.
래미안영통마크원 2단지 인근의 도금공장에서 폐수탱크를 옮기다가 탱크가 파손되면서 6가 크롬이 함유된 무수크롬산 수용액 일부가 유출됐다.
6가 크롬은 주로 도금과정에서 무수크롬산이나 크롬산 형태로 사용되는데, 호흡기의 점막에 심한 장애를 주고 피부를 통해 접촉하면 피부 점막을 자극해 부종 및 궤양 등 피부염을 일으킨다.
1급 발암물질 중 하나로 만성카타르성 비염, 폐기종, 폐부종, 만성기관지염, 폐충혈, 폐암 등을 유발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수원시는 유출 6일 만인 4월 5일 사고업체 측의 신고를 받고 현장에 나가 유출된 도금액을 채취해 노동환경연구소 화학물질센터에 분석을 의뢰했고, 센터는 "크롬은 공기 중으로 흩어지거나 기화되기 어려워 공기 중 노출로 인한 주민 피해 우려는 없을 것"이라는 답변을 내놨다.
시는 신고 접수 다음 날 폐수처리업체에 의뢰해 도금액 20t을 처리한 데 이어 5월 12일부터 전문 정화업체를 통해 795㎡의 오염지역 토양을 경북에 있는 토양정화장으로 반출하고 있다.
토양 반출은 이달 안에 마무리될 전망이다.
시가 유출지역 토양오염도를 조사한 결과 수용액의 오염도는 123㎎/ℓ로 기준치(0.5㎎/ℓ)의 246배, 6가 크롬 최고 농도는 422.4(㎎/㎏)로 기준치(40㎎/㎏)의 10.5배에 달할 정도로 심각했다.
다행히 오염범위 내 지하수 오염은 없는 것으로 확인됐고, 시가 유출 사고를 낸 도금공장 대표 등을 경찰에 고발하면서 6가 크롬 유출문제는 수면 아래로 가라 앉는듯 했다.
그러나 최근 한 방송에서 6가 크롬이 기화해 인체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보도하자 6가 크롬 누출 사실을 처음 알게 된 래미안영통마크원 주민들이 문제를 제기하면서 뒤늦게 논란이 되고 있다.
유준기 아파트 입주자 대표는 "시는 인체에 문제가 없다고 하는데, 현장에는 아직도 노랗게 물이 나오고 있어 주민들이 매우 불안해 한다"면서 "4월 초에 시가 유출 사고를 알고도 그동안 도대체 무엇을 했는지 모르겠다. 빨리 주민에게 알려 사태를 일찍 수습했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주민들이 먹는 물까지 오염된 게 아니냐며 불안해하자 수원시는 지난 7일 아파트 3개 동의 수돗물을 검사했으나, 6가 크롬은 검출되지 않았다.
또 지난해 신동 주변 대기오염 측정을 했을 때도 6가 크롬 검출 수치가 모두 기준치 이하였다고 뒤늦게 주민 안심시키기에 나섰다.
그러나 주민들과 환경단체는 2개월 넘게 유출 사실을 알리지 않은 시의 잘못을 질타하고 있다.
시가 12일 아파트 주민들과 전문가들을 대상으로 시청에서 개최한 '수원시 화학사고관리위원회 임시회의'에서 유준기 입주자 대표는 "주민들이 많이 불안해하고 있는데, 시는 모든 사실을 투명하게 공개해달라"고 요구했다.
윤은상 수원환경운동연합 사무국장도 "적절한 시점에 정보를 제공하지 않으면 주민들의 불안은 증폭된다"면서 "사고에 대한 모든 정보를 수시로 주민들에게 투명하게 제공해야 한다"고 말했다.
주민들이 걱정하는 6가 크롬의 기화 가능성에 대해 강태선 아주대 환경안전공학과 교수는 "기본적으로 크롬은 기화될 확률이 거의 없다. 유출된 크롬으로 인한 발암 위험은 없다고 본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하지만 주민들은 이에 대해서도 "토양반출 작업을 할 때 땅속에 녹아있던 무수크롬산이 바람이 불면 날아갈 수 있다"고 지적하면서 시의 해명을 믿지 못하겠다는 분위기다.
래미안영통마크원 2단지 뿐 아니라 유출 사고 인근 힐스테이트 아파트 입주 예정자들도 가세해 시에 대책을 요구하고 있다.
주민들의 의심과 항의가 잇따르자 수원시는 14일 오후 7시 아파트를 찾아가 주민들에게 시의 대책과 궁금증에 대해 답할 예정이다.
시의 관계자는 "시는 신고를 접하고 신속하게 조치를 했다고 생각했는데, 미리 주민들에게 알리지 않은 것은 조금 미흡했다고 생각한다"면서 "이번 기회에 사고가 난 도금공장 주변의 유사한 공장에 대해 특별 안전교육을 하겠다"고 말했다.
hedgehog@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