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은 세계헌혈자의 날…231번 헌혈한 '천사' 김현진씨 장관상
"어린 환자에게 내일을 선물할 수 있어 보람 느껴요"
(서울=연합뉴스) 서한기 기자 = "수술하면서 긴급하게 피가 필요한 어린 환자에게 '내일'을 선물할 수 있어 정말 가슴 뿌듯한 보람을 느낍니다."
제14회 세계헌혈자의 날을 맞아 '생명을 살리는 힘, 지금 당신의 헌혈입니다'를 주제로 14일 오전 서울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리는 기념식에서 보건복지부 장관상을 받는 김현진(43·여) 씨는 헌혈의 기쁨을 이같이 나타냈다.
금융결제원 고객지원실 매니저로 일하는 평범한 회사원인 그는 31살에 헌혈을 시작해 이후 12년 넘게 한 달에 평균 1.5회꼴로 지속해서 헌혈하고 있다. 지금까지 헌혈한 총횟수를 따져보면 231회에 달한다.
그는 특히 백혈병 환아들에게 가장 도움이 된다고 생각해 헌혈하는데 90분 이상의 시간이 걸리는 혈소판 헌혈을 많이 한다.
혈소판은 혈액 응고 및 지혈 작용을 하는 혈액 성분으로 재생불량성 빈혈이나 암, 백혈병 등에 걸리면 감소해 이들 질환자에게는 절실하다.
그가 이렇게 생명나눔활동에 적극적으로 동참하게 된 계기는 돌아가신 아버지가 1998년 위암과 간암으로 중환자실에 입원해 있을 때 수혈과 헌혈이 얼마나 중요한지 깊이 깨닫게 되면서다.
그때 가족이 헌혈증을 조달해야 했는데, 헌혈증을 구하지 못해 발을 동동 구른 아픈 기억은 지금도 생생하다.
다행히 군부대 장교로 있던 친구의 도움으로 헌혈증을 구해서 위기를 넘긴 이후 그는 헌혈천사로 거듭났다.
그는 네이버 카페 '긴급헌혈봉사단'에 가입해 그때그때 피가 필요한 응급환아가 발생하면 언제든 피를 나눠줄 수 있게 헌혈 대기조로 활동하고 있다.
지난 1월 30일 설 명절 때는 연세 세브란스병원에 입원한 5살 우즈베키스탄 백혈병 응급 환아를 위해 헌혈하기도 했다.
이런 적극적 헌혈활동에 힘입어 그는 2015년에는 대한적십자사가 중장년층을 위해 만든 헌혈포스터의 주인공으로 선정됐다.
그는 "잠깐의 불편함으로 생사의 갈림길에 선 이웃의 생명을 살릴 수 있다는 건 정말 멋진 일"이라며 "앞으로도 건강이 허락하는 한 평생 헌혈에 참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14일 기념식에는 김씨 이외에도 이용구(53. 경기도 고양교육지원청, 228회 헌혈)씨, 유완철(47. KT신촌지사, 337회 헌혈)씨 등 29명과 공군 제20전투비행단 등 9개 기관이 복지부 장관 표창을 받는다.
세계헌혈자의 날은 헌혈자에 대한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자 혈액형을 발견한 미국 면역학자 겸 병리학자 카를 란슈타이너(Karl Landsteiner)의 생일을 기념해 2004년 세계보건기구(WHO), 국제적십자연맹 등 헌혈 관련 국제기구가 공동으로 제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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