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크롱 무소불위 우려…정치신인 의회 '행정부 2중대'되나
친기업 노동법 개정·경찰력 강화 등 급물살 탈 듯
낮은 투표율 탓 대표성 논란도…"거대여당과 정책지지는 다른 얘기"
(서울=연합뉴스) 김정은 기자 = 프랑스 총선에서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이끄는 중도신당의 압승과 야당의 몰락이 예상되면서 마크롱 대통령이 과도한 권력을 손에 쥘 수 있다는 경고가 나오고 있다고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가 12일(현지시간) 전했다.
전날 실시된 프랑스 총선 1차 투표 출구조사 결과, 마크롱 대통령의 '레퓌블리크 앙마르슈'(전진하는 공화국)는 오는 18일 결선에서 전체 하원 의석 577개 가운데 400∼450석을 휩쓸어 최대 79%를 차지할 것으로 예상됐다.
반면 2차 세계대전 이후 프랑스 현대정치를 좌·우로 양분해온 사회당과 공화당 등 야당은 의석이 절반에서 10분의 1 수준으로 줄어드는 등 완패가 예상된다.
이 같은 출구조사 결과가 현실화하면 1968년 6월 당시 여당이었던 샤를 드골의 공화국민주연합(UDR)의 완승 이래 프랑스 제5공화국 역사상 최대 승리가 된다.
이는 곧 마크롱 대통령이 제1 국정과제로 내건 노동 유연화 법안 등 친(親)기업 개혁과 테러 대응을 위한 경찰력 강화 조치 등을 신속하게 추진할 수 있게 된다는 의미다.
특히 앙마르슈 후보의 절반은 정치 신인들이라 새로 구성될 의회가 행정부에 예속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프랑스의 명문 그랑제콜 중 하나인 엑상프로방스 정치대학(IEP·시앙스포 엑스)의 정치학자 조엘 공뱅은 이번 출구조사 결과는 "향후 몇 달 혹은 몇 년간 의회가 매우 제한적인 역할을 하리라는 것을 의미한다"면서 "새로 당선된 의원들은 의정 경험이 전혀 없어 정부에 도전하고 싶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중도 좌파 사회당 정부에서 교육부 장관을 지낸 뒤 이번 총선에서 결선에 진출한 나자트 발로 벨카셈은 "마크롱에게 모든 권력을 주는 것은 그가 법안을 밀어붙이고, 공무원 일자리를 감축하도록 하는 것"이라면서 "모든 권력을 가진 자는 항상 그것을 남용하고 싶어지는 법"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이번 선거의 투표율이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다는 점 등에서 여당의 독주를 유권자 다수가 마크롱 정부 정책을 지지한다는 의미로 해석하는 데는 무리가 있다는 주장도 있다.
1차 투표 기권율은 51.29%(투표 참가율 48.71%)로, 프랑스의 역대 총선 1차 투표 중에 처음으로 기권자가 등록유권자의 절반을 넘은 것으로 집계됐다.
극좌파 정당 '프랑스 앵수미즈'(굴복하지 않는 프랑스)의 대선후보였던 장뤼크 멜랑숑은 "여당이 거대 다수당이 될 것으로 보이지만, 이것이 마크롱의 정책에 대한 합의가 이뤄졌다는 뜻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정치 전문가들은 만약 거대 여당이 출현할 경우 야당은 원외 활동에 주력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지난달 현지 여론조사에서는 프랑스 국민 절반 정도가 임금과 근로시간 등 노동조건 협상 시 산별노조에 주어졌던 협상권을 개별기업으로 상당 부분 되돌려주는 마크롱 대통령의 노동개혁안에 반대한다고 답했다.
프랑스에서 두 번째로 큰 노조인 노동총동맹(CGT)은 이미 이 법안을 막기 위한 거리 투쟁을 예고한 상태다.
공뱅은 "노조는 노동개혁안 문제에 있어 야권과 손잡을 것"이라면서 "문제는 노조의 핵심 관심사가 아닌 경찰력 강화와 시민 자유와 같은 분야에서 누가 정부에 문제를 제기하느냐다. 사회운동이 미약한 프랑스에서 이러한 움직임이 일어날지 주목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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