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금녀 구역' 배구 경기장에 여성 입장 제한적 허용
"일반 여성 관중 입장권 수십장 불과"…면피용 비판도
(테헤란=연합뉴스) 강훈상 특파원 = 이란에서 여성 입장이 금지됐던 남성 스포츠 경기장에 여성의 관람이 점차 허용되고 있다.
12일(현지시간) 이란배구협회 등에 따르면 9∼11일 오후 테헤란 아자디스타디움에서 열린 월드리그 국제배구대회 남자부 경기에 여성 관중이 입장했다.
비록 여성 관중석이 남자와 분리됐고 전체 1만2천석 가운데 300석에 불과했지만 이란에선 주목할 만한 변화다.
불과 3년 전인 2014년만 해도 같은 장소에서 열린 월드리그 남자배구 경기를 보러 경기장에 입장을 시도하던 이란 여성 운동가 곤체 가바미(25)에 징역 1년이 선고됐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여성에 할당된 300석 가운데 대부분은 선수의 가족, 이란 주재 외교관의 여성 가족에게 초대권 형태로 배분됐으나 일부는 일반 관중을 대상으로 인터넷을 통해 판매됐다.
인터넷 판매가 시작되자마자 접속이 폭주해 사이트가 다운되기도 했다.
경기장에 입장한 여성 관중은 히잡을 써야 했지만 경기에 열광적으로 환호하고 응원하면서 스포츠의 즐거움을 만끽했다.
이란 의회 여성 의원인 타예브 시아바시는 "소수이지만 여성이 이번에 배구 경기장에 입장한 것은 여성의 권리를 확대하는 데 첫 걸음이 될 것"이라며 "큰 변화는 작은 성공에서 시작하는만큼 좋은 소식이 들릴 때까지 더 인내심을 갖자"고 말했다.
그러나 일반 여성에 판매된 입장권이 수십장 뿐이었다면서 '면피용'이라는 비판도 일고 있다.
이란 당국이 여성 관중의 입장을 금지하는 문제를 두고 국제배구연맹(FIVB)과 갈등을 빚기도 했다.
FIVB는 2014년 이란 정부가 여성의 배구 경기 관람을 허용하지 않으면 앞으로 FIVB가 주최하는 국제대회를 이란이 유치하지 못하도록 하겠다고 경고했다.
이에 이란배구연맹은 수백 석을 여성 관중에 배정하기로 하는 선에서 FIVB와 갈등을 일단락했지만 지난해에도 초청받은 여성만 입장할 수 있도록 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국제인권단체에선 FIVB 역시 이란의 성차별에 강력하게 대응하지 않고 사실상 묵인한다고 비난한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2012년까지 이란에서도 배구 경기장에 여성이 입장할 수 있었지만 관중석에 남녀가 섞여 앉는 장면이 보도되면서 보수적 종교 세력의 반대로 여성 입장이 아예 불허됐다.
실내에서 열리는 배구 경기장엔 제한적이나마 여성의 입장이 허용됐지만, 이란에서 가장 인기가 높은 축구 경기장은 여전히 '금녀 구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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