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격이 이상한 게 아니라 그저 남들과 좀 다를 뿐"
아스퍼거 증후군 다룬 그래픽 노블 '제가 좀 별나긴 합니다만…'
(서울=연합뉴스) 황희경 기자 = 평범한 프랑스의 20대 직장여성인 마그리트는 좀 별난 구석이 있다. 회사에서는 성실하지만 수다 떨기도 싫어하고 점심도 혼자 먹는 바람에 동료들과 어울리지 못한다. 남자친구와 모임에 가더라도 번잡한 분위기를 견디지 못해 먼저 혼자 돌아오기 일쑤다. 소음에도 예민해 평소에도 귀마개를 하고 지낸다. 같은 시각에 같은 길을 통해 같은 곳에 들려 장을 보는 등 항상 정해진 계획에 따라 행동한다.
이런 마그리트를 사람들은 이해하지 못한다. 직장에서는 조금씩 '왕따'가 되고 남자친구와의 갈등도 잦아진다.
결국, 마그리트는 전문가와 상담한 끝에 자신이 '아스퍼거 증후군'이라는 진단을 받게 되고 오히려 안도감을 느낀다. 그동안 자신이 겪었던 소외감이나 인간관계의 어려움 등이 어디서 비롯됐는지를 알게 됐기 때문이다.
신간 '제가 좀 별나긴 합니다만…'(이숲 펴냄)은 프랑스의 사회심리학 박사인 쥘리 다셰의 경험을 바탕으로 아스퍼거 증후군을 소개하는 그래픽 노블이다.
아스퍼거 증후군은 1944년 오스트리아의 의사인 한스 아스퍼거가 처음 규정한 증상이다. 세계적으로 1만 명당 2명 정도가 마그리트와 같은 증상을 보이는 아스퍼거 증후군을 앓고 있지만 명확한 진단이 어려워 사람들로부터 오해를 받는 경우가 많다.
책 속 마그리트는 곧 다셰 박사 자신이다. 다셰 박사는 마그리트처럼 아스퍼거 증후군이라는 진단을 받은 뒤 자신의 삶을 긍정적으로 바라보기 시작했다.
그는 직장을 떠나 대학에서 사회심리학을 공부해 박사 학위를 받았다. 이후 자신과 같이 아스퍼거 증후군이라는 사실을 알지 못하고 죄의식과 열등감에 시달리는 사람들에게 현명하게 대처하는 법을 소개하는 일을 하고 있다.
책은 마그리트의 이야기를 통해 아스퍼거 증후군을 알리고 아스퍼거 증후군을 앓는 사람들이 성격이 이상한 게 아니라 그저 남들과 좀 다를 뿐이라고 말한다.
"마그리트가 겪는 어려움은 예전이나 지금이나 마찬가지지만 근본적으로 달라진 것이 있다면 그 어려움을 이해하는 방식이다. 그녀는 자신을 자각하고 사랑하는 법을 배울 뿐 아니라 일반적으로 남들과 다른 점을 무조건 병으로 간주하는 편견에 대한 비판적 성찰도 생겼다."
프랑스의 그림작가 마드무아젤 카롤린이 그림을 그렸다. 카롤린은 책 출간을 기념해 18일 서울국제도서전에서 '만화, 무겁고 진지한 주제를 다루는 효과적인 방법은'을 주제로 대담하는 등 한국에서 여러 행사에 참여한다. 양혜진 옮김. 200쪽. 2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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