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학자들의 '제국의 위안부' 변론…"논쟁 아닌 대화 위한 책"

입력 2017-06-12 17:39
日학자들의 '제국의 위안부' 변론…"논쟁 아닌 대화 위한 책"

출판사 뿌리와이파리 '대화를 위해서' 출간



(서울=연합뉴스) 박상현 기자 = 학문적 표현의 자유는 어디까지 허용돼야 하는가, 학자의 독특한 견해를 옳지 않다고 규정하며 공격하는 것은 온당한 일인가.

박유하 세종대 교수가 2013년 8월 발표한 '제국의 위안부'는 지난 5년간 우리나라에서 가장 뜨거운 논쟁을 불러온 학술서라고 할 만한 책이다.

출판사 뿌리와이파리가 펴낸 이 책에서 박 교수는 일본군 위안부가 한국 내의 지나친 민족주의로 인해 '젊고 가녀린 피해자'의 모습으로 박제화됐다고 지적하면서 이 문제를 민족이 아닌 국가와 자본의 관점으로 들여다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제국의 위안부'는 출간 직후 다소 파격적이고 신선한 발상이 담긴 책으로 인식됐지만, 2014년 6월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이 "책에서 '매춘부'나 '일본군의 협력자'로 매도됐다"며 법원에 서적의 판매금지 가처분 신청을 내자 논쟁작으로 부상했다.

법원은 2015년 2월 가처분 소송에서 피해자 할머니의 손을 들어줬고, 할머니들이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도 지난해 1월 명예훼손과 인격권 침해를 인정하며 박 교수가 배상금을 지불하라고 판결했다.

하지만 지난 1월 서울동부지법 형사 11부는 정반대의 결정을 내렸다. 법원은 "학문적 표현은 옳은 것뿐만 아니라 틀린 것도 보호해야 한다"며 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된 박 교수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박 교수의 형사재판 항소심 개시일인 16일에 앞서 출간된 '대화를 위해서'(뿌리와이파리 펴냄)는 명예훼손 여부에만 관심이 집중된 '제국의 위안부'를 학문의 영역으로 가져와 분석해 보자고 제안하는 책이다. 일본 학자 14명과 한국 학자인 김철 연세대 명예교수가 쓴 글을 모았다.

엮은이 중 한 명인 니시 마사히코(西成彦) 일본 리쓰메이칸대학 교수는 "'제국의 위안부'는 역사 인식의 흑백을 묻는 책이 아니라 어떤 쟁점도 '대화'로 대처해야 한다는 가르침을 주는 책"이라면서 "이 책도 '제국의 위안부'가 제창한 한일의 경계를 넘어선 '대화'를 위해 논점을 정리하려고 시도한 결과물"이라고 말한다.

저자들은 박 교수의 주장에 대체로 동조한다. 예컨대 조선인 위안부 문제에서 일본 정부에 가장 큰 책임이 있다고 인정하면서도 피해자 모두를 '평화의 소녀상' 이미지로 바라보는 것을 거부한다. 당시 일본군에 끌려간 위안부 중에는 20대도 있고, 조선인 지방관료의 꼬드김에 넘어간 사람도 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일본군이 10대 소녀만을 골라 마구잡이로 끌고 갔다는 생각은 사실이 아니라고 강조한다.

이들은 "조선인 위안부는 일본군의 협력자"라는 표현에 대해서도 유연한 태도를 보인다. 조선인은 중국인, 네덜란드인과는 달리 서류상 일본인이었기에 다른 민족의 눈에는 '협력자'이자 '피해자'였다고 설명한다.

결론적으로 박 교수는 위안부 문제를 제국주의와 가부장제라는 더 큰 문맥으로 인식하려 했고, 민족적 가치 대립이라는 악순환을 끊는 담론 틀을 제시했다는 것이 저자들의 평가다. 이는 일부 위안부 관련 단체가 '민족권력화'돼 위안부 문제 해결을 가로막고 있다는 박 교수의 인식과 맥이 닿아 있다.

일본군 위안부 문제는 피해자 할머니들이 생존해 있는 만큼 흘러간 역사가 아닌 진행 중인 사건이다. 이에 대해 새로운 분석을 시도한 '제국의 위안부'는 논란을 야기할 수밖에 없는 책이다. 박 교수와 저자들은 '제국의 위안부'를 계기로 문제 해결을 위한 협의체를 만들어 실질적 논의를 하자는 주장을 펼치고 있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제국의 위안부'를 지지하는 사람이 한국보다 일본에 더 많고, 일본에 대한 한국인의 민족적 앙금이 사그라지지 않은 상황에서 박 교수의 진정성을 이해해 달라는 저자들의 호소가 한국인 독자에게 얼마나 전달될지는 미지수다.

이권희 외 옮김. 336쪽. 1만8천원.

psh59@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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