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기술주 투매, 아시아로 번졌다
IT업체 비중 높은 홍콩·한국·대만 증시 급락
(서울=연합뉴스) 김윤구 기자 = 미국의 기술주 투매가 아시아로 퍼졌다.
한국에서 홍콩까지 IT종목 의존도가 높은 아시아 여러 증시는 12일 급락했다.
이날 홍콩 항셍지수와 한국 코스피는 나란히 1%가량 미끄러졌다.
홍콩 증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10%로 HSBC와 함께 가장 큰, 중국의 거대 인터넷기업 텐센트는 주가가 장중 2.8%까지 떨어졌다. 서울에서는 코스피의 대장주 삼성전자 주가가 한때 2.1%까지 내려갔다.
픽텟자산운용의 앤드루 콜은 "기술주는 올해 들어 급등했는데 조정은 거의 없었다"면서 "조정이 일어나는 것은 매우 자연스럽다. 필연적으로 나스닥을 치고 나서 여파가 있을 것"이라고 블룸버그TV에 말했다.
지난 9일 애플과 구글 모기업 알파벳, 아마존은 나란히 3% 넘게 떨어졌다. 이들은 세계 시가총액 4대 기업에 포함된다. 애플은 3.9% 내려앉았는데 14개월 만에 하락 폭이 가장 컸다.
이날 미국 증시의 기술주 투매는 애플의 차기 아이폰에 대한 우려와 IT 업종에 경고한 골드만삭스 보고서의 영향으로 풀이됐다.
골드만삭스의 글로벌 투자책임자 로버트 보루제르디는 보고서에서 S&P 500과 나스닥을 끌어올린 페이스북과 아마존, 애플, 마이크로소프트, 알파벳(구글) 등 5개를 이름 약자를 따 'FAAMG'라고 부르면서, 이들 기업이 경기적 리스크나 잠재적인 규제를 받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을 투자자들이 과소평가한다고 지적했다.
올가을에 나올 다음 아이폰 모델은 데이터 다운로드 속도가 1기가비트인 퀄컴의 모뎀 칩을 사용하지 못해 라이벌에 뒤질 것이라는 블룸버그 보도도 애플 주가를 끌어내린 것으로 보인다.
미국의 기술주 하락에 대해서는 거품이 터지는 것 아니냐는 논쟁이 있다.
재팬아시아증권의 시미즈 미쓰오는 "글로벌 주식 랠리를 몰고 온 미국 인터넷 기술 주식이 이제 증시에 찬물을 끼얹을 것"이라고 블룸버그에 말했다.
일부 전문가는 기술주가 강세를 이어간 이후 투자자들이 이익 실현에 나선 것이라고 분석하기도 했다.
주요 아시아 주식시장 가운데 홍콩과 한국, 대만이 가장 미국 기술주에 큰 영향을 받았다. 소셜네트워크나 게임, 반도체, 스마트폰 부품 업체 등이 줄줄이 타격을 입었다.
한국에서는 네이버가 6.8% 급락 마감했다. 코스피의 20%를 차지하는 삼성전자는 1.6% 내린 채로 거래를 마쳤다.
최근 상장한 넷마블은 5% 하락했으며 LG디스플레이는 4.9% 내렸다.
대만에서는 훙하이정밀(폭스콘), TSMC, 델타전자 등 애플 부품업체들이 자취안(가권)지수를 0.9% 끌어내렸다.
일본에서는 통신·인터넷기업인 소프트뱅크가 2.6% 내렸다. 닛케이지수는 0.5% 하락했다.
중국에서는 기술주 중심의 선전종합지수가 1.1% 하락 마감했으며 상하이종합지수는 0.6% 내렸다.
한편, 세계적인 투자자 짐 로저스는 지난주 비즈니스인사이더 인터뷰에서 "미국의 일부 주식은 거품이 되고 있다. 거품은 터질 것"이라고 했다. 그는 올해나 내년에 증시 폭락 사태가 올 것이라면서 "우리 인생에 최악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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