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바메모리 새주인 후보 결정 앞두고 관측 무성

입력 2017-06-12 10:46
도시바메모리 새주인 후보 결정 앞두고 관측 무성

WD 새로운 양보안 검토…"주식 대신 회사채 인수 가능성"

"15일 우선협상대상자 결정" 전망…늦춰질 가능성도 여전

(서울=연합뉴스) 이춘규 기자 = 도시바(東芝) 반도체 자회사 도시바메모리 우선협상자 선정이 임박한 가운데 협업중인 미국 웨스턴디지털(WD)이 새로운 협상 카드를 준비 중인 것으로 전해져 주목된다.

12일 아사히신문·NHK방송에 따르면 도시바 측에 독점교섭권이 있다며 그동안 신경전을 벌여온 WD는 도시바메모리 매각 시점에는 주식을 취득하지 않고 회사채를 인수해 자금만 대는 새로운 양보안을 검토 중이다.



다만 도시바는 다른 입찰참여 진영과도 교섭 중이므로 WD의 양보안이 수용될지는 미지수다.

오는 15일 도시바 측이 이사회를 열어 우선협상 대상자를 결정할 것이라는 전망이 도는 가운데 정설은 없고 각종 시나리오가 난무해 매각의 향배는 "매우 유동적"인 상태다.

도시바와 WD가 절충점을 못찾으면 이달중 우선협상자 결정이 어렵고 매각 일정도 순연될 공산이 크다.

애초 이번 입찰에선 ▲ 한국 SK하이닉스 ▲ 미국 반도체기업 브로드컴 ▲ 관민펀드 산업혁신기구를 축으로 하는 미일연합 ▲ 대만 훙하이정밀공업(폭스콘) 등 4진영이 경합했고 WD는 독자협상을 해왔다.

입찰 초반에는 산업혁신기구를 축으로 하는 미일연합이 앞서간다는 설이 유력하다가 최근엔 미 브로드컴이 유력한 인수 후보라고 아사히신문이 보도하기도 했다.

지난주엔 SK하이닉스와 연합전선을 펴고 있는 미국 사모펀드 베인캐피탈이 산업혁신기구가 주도하는 미일연합에 KKR 대신 합류하는 것으로 알려지기도 했다. 미일연합엔 WD 합류 시나리오도 혼재한다.

WD는 자신들의 동의하지 않는 상대에게 도시바메모리가 매각되는 것을 인정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견지하면서 도시바와 대립해왔다. 도시바와 응찰자, 일본정부 사이의 신경전도 치열하고 복잡하다.

쓰나카와 사토시 도시바 사장과 스티브 밀리건 WD 최고경영자가 9일 만났을 때 WD는 도시바메모리의 주식 과반수를 취득하겠다는 주장을 철회하고 출자비율을 낮추는 양보안을 제시했지만 도시바는 사실상 거절했다.

관계자에 따르면 이 때문에 WD은 도시바메모리 매각 시점에 주식을 취득하지 않고, 도시바메모리가 발행하는 회사채를 인수해 자금을 대는 것에 머물겠다는 새로운 양보안 검토에 들어갔다.

주식이 아닌 회사채를 인수함으로써 각국 당국의 반독점 심사를 쉽게 통과하겠다는 방안이기도 하다.

일본 정부는 미국 투자펀드를 중심으로 일본 관민펀드나 민간기업 등이 가세하는 미일연합 구상을 진행하고 있지만 충분한 자금 확보를 하지 못해 난항을 거듭하고 있다.

이에 WD로서는 도시바메모리 경영권을 처음부터 쥐지 않은 채 자금을 대 미일연합을 후원하는 자세를 보이고 싶어하는 것 같다고 NHK는 관측했다. 일본정부는 WD가 경영권을 쥘 경우 핵심기술 유출을 우려한다.

WD는 또 향후 10년간 설비투자에 2조7천억엔, 연구개발투자에 4조2천억엔(약 42조8천억원)을 대겠다고 제안하는 것도 검토하고 있다고 일부 일본 언론들이 전했다.



다만 미일연합 구상을 주도하는 일본정부의 의향 등도 작용하기 때문에 새로운 양보안이 수용될지는 불투명하다. 도시바는 현재는 미 브로드컴과 본격교섭 중이어서 상황은 유동적이라고 NHK는 전했다.

taei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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