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흘간 혼쭐난 경찰…초등생 거짓말에 납치미수 수사 소동
8살 초등생 "햄스터 잃어버려 할머니에게 혼날까 봐…"
(인천=연합뉴스) 손현규 기자 = 한 초등학생이 할머니에게 꾸중 들을 상황을 모면하기 위해 납치미수로 의심할 만한 거짓말을 했다가 경찰이 나흘간 수사하는 소동을 벌였다.
12일 인천 서부경찰서에 따르면 이달 7일 오전 8시 56분께 인천시 서구에 사는 A(70)씨가 "손녀가 누군가에게 잡혀갈 뻔했다"며 112에 신고했다.
당일 A씨의 손녀인 초등학교 2학년생 B(8)양은 할머니에게 "재활용 쓰레기를 버리러 밖에 나갔는데 어떤 아저씨가 빌라 1층 자동문 앞에서 팔을 잡으려 했다"고 말했다.
A씨는 누군가가 손녀를 납치하려 한 줄 알고 경찰에 곧바로 신고했다.
경찰은 납치미수 사건을 염두에 두고 강력팀을 투입해 B양이 사는 빌라 주변 폐쇄회로(CC)TV를 모두 확인하는 등 본격적인 수사에 착수했다.
그 사이 지역 초등학교 학부모들이 가입된 인터넷 커뮤니티 '맘 카페'에는 '납치미수 사건이 인천에서 발생했다'며 불안하다는 글과 댓글이 잇따라 올라왔다.
올해 3월 인천 연수구에서 발생한 8살 초등생 유괴·살해 사건과 더해져 소문은 인터넷에서 급속도로 퍼졌다.
그러나 B양은 지난 10일 경찰 조사에서 "집에서 키우던 햄스터 한 마리가 없어져 할머니에게 꾸중을 들을까 봐 거짓말했다"고 말했다.
경찰 관계자는 "B양이 112에 직접 거짓 신고를 했더라도 형사미성년자여서 직접 처벌은 불가능하고 신고 당사자인 할머니 역시 손녀의 말이 사실인 줄 알았기 때문에 거짓 신고의 의도가 없어 처벌할 수 없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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