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G 前노조위원장, 사장에게서 4천만원 시계 받은 혐의 무죄
'노사합의 대가' 배임수재 혐의…법원 "부정청탁 증명 안 돼"…검찰 항소
(서울=연합뉴스) 황재하 기자 = KT&G 노사 협상에서 사측 의견을 반영해주고 민영진 전 사장에게서 고급 시계를 받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던 노조위원장이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6부(이재석 부장판사)는 배임수재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전 KT&G 직원 전모(59)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고 12일 밝혔다.
전씨는 2010년 7월 러시아 모스크바 한 호텔에서 구조조정에 따른 노조 반발을 무마하고 합의를 성사시킨 등의 대가로 민 전 사장에게서 시가 약 4천500만 원의 스위스제 '파텍 필립' 시계를 받은 혐의로 기소됐다.
민 전 사장은 KT&G 공장 준공식 참석차 모스크바로 출장을 떠났다가 외국 거래처 회장으로부터 받은 고급 시계를 전씨에게 건넨 것으로 조사됐다. 4선 노조위원장을 지낸 전씨는 당시 민 전 사장 등과 함께 출장 중이었다.
당시 KT&G는 명예퇴직제를 둘러싼 노사 갈등에 합의한 직후였다. 민 전 사장이 취임한 2010년 사측이 명퇴제를 도입하려 하자 노조는 삭발식을 여는 등 크게 반발하다가 그해 6월 합의했다.
검찰은 민 전 사장이 대규모 구조조정에 따르는 노조 반발을 무마하고 합의를 끌어낸 데 사례하고 앞으로도 노사 관계에서 사측 입장을 반영해달라는 청탁의 뜻으로 시계를 건넸다고 봤다.
그러나 재판부는 "검찰이 낸 증거만으로는 전씨가 민 전 사장에게서 부정한 청탁과 함께 시계를 받았다는 점이 합리적인 의심을 할 여지 없이 증명됐다고 보기에 부족하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전씨가 시계를 받은 시점은 이미 노사합의가 끝나 의견 대립이 없었던 점, 당초 사측 계획보다 영업지점 감축 범위가 줄어드는 등 노사합의가 근로자들에게 일방적으로 불리하게 진행되지 않은 점이 판단 근거가 됐다.
재판부는 "당시 KT&G 상황에 비춰볼 때 민 전 사장이 처벌 위험까지 무릅쓰면서 전씨에게 부정한 청탁을 하거나 그 대가로 시계를 건넸다고 보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민 전 사장은 자신의 비서실장이 있는 자리에서 시계를 전씨에게 건넸고, 거래처 회장으로부터 받은 예상치 못한 선물을 우연히 준 것으로 보인다"며 "청탁 대가라면 선물을 미리 준비해서 비밀리에 주는 게 사리에 맞는다"고 설명했다.
검찰은 무죄 판결에 불복해 항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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