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장쩌민 조카" 건설업자 속여 10억 챙긴 중국 동포
(부산=연합뉴스) 민영규 기자 = 장쩌민(江澤民) 전 중국 국가주석 조카 행세를 하며 건설업자에게 중국에 로비해주겠다고 속여 10억원을 받아 챙긴 중국 동포가 경찰에 붙잡혔다.
피의자는 국내에 거주하는 내연녀가 변심해 맡긴 돈을 모두 빼돌리는 바람에 입국했다가 쇠고랑을 차게 됐다.
부산 해운대경찰서는 특경법상 사기 혐의로 김모(48)씨를 구속했다고 11일 밝혔다.
김씨는 지난 3월 14일 중국 선전(深천<土+川>)에 있는 자신의 사무실에서 모 건설업체 대표 박모(48)씨에게 "중국공상은행에 로비해 6천500만 달러(750억원 상당) 한도 신용장을 발행해주겠다"고 속여 10억원짜리 자기앞수표를 받아 챙긴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 조사 결과 중국 동포인 김씨는 장 전 주석의 조카이자 중국 모 투자회사 총책임자 행세를 했다.
그는 캄보디아 프놈펜에서 대규모 아파트 건설공사를 추진하는 박씨가 중국에서 자금을 조달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 사실을 알고 지난해 11월부터 계획적으로 접근했다.
공범으로 추정하는 제삼자를 통해 자신을 장 전 주석 조카이자 금융계 큰손이라고 소개했다.
그는 또 중국 선전에 번듯한 사무실을 차려놓고 모 투자회사 총책임자로 위장하면서 운전기사가 딸린 고급 승용차를 이용했다.
김씨는 우리나라 말을 전혀 못 하는 척하며 중국 유력인사들과 친분이 두터운 것처럼 속였다고 경찰은 설명했다.
그는 마지막까지 자신을 믿지 못하는 박씨를 안심시키려고 "중국은행에서 발행한 것"이라며 10억원 상당의 가짜 수표를 담보로 제공하기도 했다.
그러나 박씨의 수표를 받은 김씨는 곧바로 연락을 끊고 우리나라로 들어와 현금화한 뒤 내연녀 A(28) 씨에게 맡기고 다시 중국으로 돌아갔다.
이때부터 김씨에게 문제가 생겼다.
A씨가 변심해 김씨 몰래 아파트와 귀금속을 사는 등 맡긴 돈을 모두 빼돌렸다.
이 사실을 알게 된 김씨는 지난 5월 말 재입국해 A씨를 사기 피의자로 서울 강남경찰서에 고소했다.
경찰은 지난 1일 고소인 진술을 위해 강남경찰서에 출석하는 김씨를 붙잡았다.
피해자 박씨는 이 사건으로 자금난에 몰려 큰 어려움을 겪는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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