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신접종 의무화에 뿔난 伊부모들 "오스트리아로 망명 신청"(종합)
伊정부, 취학 전 영유아 상대로 지난 달 12개 백신 접종 의무화
(로마=연합뉴스) 현윤경 특파원 = 이탈리아에서 최근 취학 전 영유아에 대한 백신 접종이 다시 의무화되자 일부 부모들이 이에 반발하며 인접국으로의 망명을 고려하고 있다.
9일 이탈리아 뉴스통신 ANSA와 영국 BBC방송에 따르면 북부 트렌티노-알토 아디제에 거주하는 130여 가정은 백신을 접종해야 학교에 입학할 수 있도록 의무화하는 새 법령이 도입되자 인접국 오스트리아에 망명 요청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오스트리아와 국경을 맞댄 이 지역은 이탈리아 내에서도 백신 접종률이 가장 낮은 곳으로 꼽힌다.
이탈리아 정부는 올 들어 홍역과 뇌수막염 등 전염병 발병 건수가 폭발적인 증가세를 보이자 지난 달 0∼6세 영유아에 대해 홍역, 뇌수막염, B형 간염 등 12가지 전염병에 대한 백신 접종을 의무화하는 법령을 승인했다.
영유아들이 필수적으로 맞아야 하는 백신 가짓수를 지금까지의 4개에서 크게 늘린 이 법령은 자녀에게 백신 접종을 하지 않는 부모에게 현행 벌금의 30배에 이르는 500∼7천500유로(약 60만∼940만원)의 벌금을 부과하고, 친권을 박탈할 수 있다는 조항도 담고 있다.
현지의 백신 반대 운동가인 라인홀트 홀저는 "이들 가정의 부모들은 이미 세르지오 마타렐라 이탈리아 대통령과 알렉산더 판데어벨렌 오스트리아 대통령, 제네바에 있는 유엔인권이사회에 이번 조치에 대한 서한을 보내놓은 상태"라며 "우리는 우리 아이들을 (백신으로)오염시킬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백신에 함유된 수은 등 일부 화학 성분이나 유전자 조작이 된 백신의 위험성을 우려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망명은 전쟁에서 도망친 사람들을 위한 것만은 아니라 인권을 부정당한 사람들을 위한 것이기도 하다"며 "오스트리아와 독일, 스위스처럼 부모들은 자녀의 백신 접종 여부를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독일 정부도 최근 어린이집이나 유치원 등 육아시설로 하여금 자녀에게 홍역 예방 백신 등의 접종을 거부하는 부모를 당국에 신고토록 의무화하는 법안을 추진해 논란이 일고 있다.
한편, 정부의 백신 접종 의무화 조치는 고소전으로도 비화됐다.
베아트리체 로렌친 보건장관은 지난 8일 이번 법령과 관련한 제1야당 오성운동 소속 카를로 시빌리아 의원의 발언이 근거가 없을 뿐 아니라, 명예를 훼손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며 그를 명예 훼손 등의 혐의로 고소할 것이라고 밝혔다.
시빌리아 의원은 최근 "12가지 백신 접종을 강제적으로 맞도록 한 조치는 무의미한 것이다. 이탈리아엔 이런 백신 의무화를 정당화할 아무런 비상 상황도 존재하지 않는다"며 "즉각적인 백신 접종은 로렌친 보건장관의 광기를 바로잡기 위해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법령을 도입한 대가로 훗날 로렌친 장관이 롤렉스 시계를 받았다는 사실을 알게 될지 누가 알겠느냐"며 "백신 의무화는 현 정부가 추진한 많은 어리석은 일들 중 하나가 될 것"이라고 깎아내렸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전염병의 유행을 막기 위해서는 각국의 백신 접종률이 95%선을 유지해야 한다고 권고하고 있으나 이탈리아의 예방접종률은 2013년 88%, 2014년 86%, 2015년 85.3% 등으로 계속 떨어지며 권고치를 크게 밑돌고 있다.
ykhyun14@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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