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컨슈머 환자 '악몽' 호주의사…4억원 배상판결 받아내
살해 등 협박·SNS 동원 비방 등 전방위 압박 극복
(시드니=연합뉴스) 김기성 특파원 = 이라크 난민 출신인 호주 외과의사 문제드 알 무데리스 박사는 의술로 명성을 쌓으며 각종 사회활동에도 적극 참여했다.
자선활동에 참여했고 호주군을 위해 일했으며, 가난한 사람을 돕고자 시간과 돈을 썼다.
다리 절단 환자들을 걸을 수 있게 하는 등 의술도 뛰어나 호주 의료수준을 최첨단으로 올려놓는 데도 기여했다는 평가도 받았다.
순탄한 삶을 살던 알 무데리스 박사는 수년 전 블랙컨슈머 환자를 만나면서 삶이 송두리째 바뀌는 악몽을 경험했다고 일간 시드니모닝헤럴드가 10일 보도했다.
신문에 따르면 알 무데리스는 2010년 환자 제라르도 마젤라에게 고관절 수술을 했다.
수술 후 마젤라는 성기와 음낭 기능이 크게 떨어졌다며 불만을 털어놓았고, 이후 수차례 점검이 이뤄졌다.
하지만 수술에 따른 아무 피해가 없는 것으로 드러났고, 의사가 과실이나 잘못을 저질렀다는 증거도 없었다. 또 수술 직후에는 비행기를 타지 말도록 조언을 받았으나, 마젤라는 태국행 비행기를 탄 것으로 드러났다.
그런데도 마젤라의 항의는 그치지 않았고 여기에 형제 한 명마저 가세했다.
마젤라 형제의 불만은 더욱 악의적이 됐고, 직접 대면했을 때나 전화상으로 "성기를 잘라버리거나 죽이겠다"는 협박으로 이어졌다.
형제가 당국에 제기한 의료과실 민원이 기각된 뒤 협박 강도는 심해졌다.
형제는 돈을 요구하면서 알 무데리스의 아내가 일하는 곳과 아이들이 다니는 학교를 알고 있다는 말도 건넸다.
온라인 비난도 더해졌다. 알 무데리스의 공식 홈페이지와 유사한 것을 만들어 의료과실의 피해자라며 비방에 나섰고, 이 유사 홈페이지를 '알 무데리스 박사는 도살자'라고 이름 붙인 10분짜리 유튜브 동영상과도 연결해 놓았다. 페이스북도 이용, 끔찍한 사진과 그림을 동원해 알 무데리스를 비난했다.
알 무데리스는 형제의 전방위적 압박에 굴복하는 대신 웹사이트와 소셜미디어 게재 내용을 근거로 지난해 두 형제를 상대로 명예훼손 소송을 걸었다. 지난해 12월 법정에서 심리가 열렸지만, 형제는 출석하지 않았다.
결국, 뉴사우스웨일스(NSW)주 대법원은 최근 명예훼손 혐의를 인정, 형제에게 48만 호주달러(약 4억원)를 지급하라는 판결을 내렸다. 대법원은 또 명예훼손 내용물을 삭제하고 이를 다시 게재하지 말라는 명령도 예고했다고 신문은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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