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막아라"…육계사육 밀집 익산 사육농가들 긴장

입력 2017-06-10 11:39
"AI 막아라"…육계사육 밀집 익산 사육농가들 긴장

북부지역에 계약사육 농가 81곳서 육계 470만마리 키워

(익산=연합뉴스) 최영수 기자 = "걱정은 하지만 조류인플루엔자(AI)에 걸리지 않을 자신이 있습니다. 평소보다 몇 배 방역소독을 강화했고 외부 접촉은 철저히 통제하고 있습니다."

전북 익산시 삼기면에서 육계 5만5천마리를 키우는 이희훈(30)씨는 며칠째 피로와 부족한 잠을 견디며 축사 소독에 온 힘을 쏟고 있다.

1주일 후에 닭을 출하할 예정인데, 차로 불과 20분 거리의 군산시 서수와 익산시 오산 등에서 AI가 발병했다는 소식 때문이다.

10년 넘게 육계를 키우는 동안 한 번도 AI에 감염된 적이 없었지만, 이번에 지척의 농장에서 잇따라 AI 감염이 확인되면서 이씨의 속이 바짝 타들어가고 있다.

이씨는 지난 3월 인근 익산시 용동과 함열에서 AI가 발생한 뒤로는 농장에서 홀로 생활하며 외부인 출입을 통제한 채 아침 저녁으로 축사를 소독하고 있다.

닭들에게 면역력을 높이는 데 좋은 약도 먹이고, 사료와 소독약은 최고급만 사용한다.

축사로 들어오는 사료 및 약품 운반차량은 사전에 철저히 소독을 한다.

이 차들은 이미 도로 방역초소와 농장 1㎞ 앞에서 소독했지만, 만에 하나라도 '바이러스'를 옮겨 올 것에 대비해 재차 소독하는 것이다.



'군산발 AI'가 인접한 익산시 대규모 육계 사육밀집지역 턱밑까지 접근하면서 이씨 처럼 축산농가들이 최고의 긴장감 속에 방역을 강화하고 있다.

익산에서는 10일 현재 5건의 AI 의심 신고가 접수됐다.

모두 농가에서 소규모로 사육하는 오골계, 토종닭, 오리에서 발병했지만, 같은 가금류인 육계라고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다.

특히 익산시 망성에는 하루 50만 마리를 도축하는 국내 최대 육가공업체인 ㈜하림 본사가 있고, 인근 망성·용동·낭산·삼기·함열 등 북부권에서는 하림 계약농가 81곳이 육계 470만 마리를 사육 중이다.

이들 계약농가는 'AI 발원지'로 지목된 군산시 서수면 오골계농장은 물론 오산면 오리 사육농장과는 차량으로 30분 이내에 있다.

계약농가들은 1만∼10만 마리의 육계를 30일가량 키워 하림에 넘기고 사육료를 받는 대규모 농장으로, 현대식 축사와 최신 방역 장비 등을 갖췄다.

또 하림으로부터 병아리, 사료, 의약품, 볏짚, 사육 물품은 물론 질병 예방을 위한 수칙과 소독요령 등도 함께 제공 받는다.

AI를 비롯한 질병이 발생하면 피해가 막대한 것은 물론 지역 축산산업마저 무너질 수 있기에 철저한 예방만이 최선이기 때문이다.

하림은 '군산발 AI 발병' 이후 계약농가들에 대한 사육 및 방역정보 제공과 예찰 활동을 더욱 강화했다.

하림 관계자는 "이번 AI는 소독방역이 잘 안되는 소규모 농가에서 발생하고 있다"며 "계약농가들은 질병에 강한 육계를 키우는 데다가 청결한 현대식 축사에서 철저한 지도감독을 받으며 사육하는 만큼 AI 감염되지 않을 자신이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올해 유난히 AI가 잦은 만큼 계약농가에 예찰 활동 강화, 외부인·차량출입 통제 철저, 완벽한 소독방역 등을 누누이 강조하고 있다"고 말했다.



육계 7만5천 마리를 키우는 용동면 김이수(52)씨는 "안개분무기가 3분마다 20초씩 축사에 소독약을 뿌리고 주변 청결관리에 허리 한 번 펼 새 없지만 잠시라도 몸과 마음을 편히 할 수 없다"며 "인근 육계 농장주들도 비슷한 상황이다"라고 전했다.

김씨는 "철저한 소독과 방역 덕분에 20년 넘도록 AI는 물론 다른 질병에 걸린 적이 없다"며 "걱정은 되지만 이번에도 AI가 비켜가게 할 자신이 있다"고 말했다.

ka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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