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2살 유망주' 김정혁 "나에게 지지 않겠다"
2군 4할 타자 출신…올해 1군 9경기에서 타율 0.467
(서울=연합뉴스) 하남직 기자 = 경기가 없는 5월 1일 월요일, 김정혁(32·삼성 라이온즈)은 '2군행'을 통보받았다.
"당연하다고 생각했습니다."
당시 김정혁은 12타수 5안타(타율 0.417)로 활약 중이었다.
그러나 삼성은 2군에서 타격감을 다듬은 외국인 선수 다린 러프를 5월 2일에 올릴 계획이었고, 자리 하나를 비워야 했다. 내야수 중 가장 1군 경험이 적은 김정혁이 2군으로 내려갔다.
삼성 코치진들은 김정혁에게 "기회는 또 온다"고 그를 달랬다. 김정혁도 "실망하지 말자. 2군에서 뭔가 보여주자"고 다짐했다.
불운이 또 그를 덮쳤다. 김정혁은 퓨처스(2군)리그 두산 베어스와 경기에서 주루 중 다리를 다쳤다.
그래도 김정혁은 "기회는 또 온다"고 마음을 다잡았다.
6월 4일 경찰야구단과 경기에 퓨처스리그에 복귀한 김정혁은 당일 2타수 2안타 3볼넷으로 활약하고, 5일 한화 이글스를 상대로 홈런(3타수 1안타)을 쳤다.
삼성은 6월 5일 타격이 부진한 내야수 성의준을 2군으로 내렸다. 그리고 다음 날 김정혁이 1군으로 올라왔다.
"이번 기회를 놓치면 정말 끝이라고 생각했어요."
2군행을 통보받을 때보다, 1군으로 다시 올라올 때 마음이 더 무거웠다.
김정혁은 간절했다. 6일 잠실 두산전에 9번 타자 3루수로 선발 출전한 김정혁은 0-0으로 맞선 2회 초 2사 2루에서 김정혁은 3루 쪽 땅볼을 쳤고, 전력 질주해 1루 앞에서 헤드 퍼스트 슬라이딩을 했다.
김정혁의 주력에 놀란 두산 3루수 최주환은 1루에 악송구했고, 삼성은 행운의 선취득점을 올렸다.
당시 김정혁은 "사실 부상 위험 때문에 코치님들께서 1루에서는 헤드 퍼스트 슬라이딩을 하지 말라고 하시는데 나도 모르게 몸을 날렸다"며 웃었다.
지독한 불운에 시달렸던 김정혁에게 이 안타는 전환점이 됐다.
그는 1군 복귀전이었던 이날 5타수 4안타 1타점 2득점으로 활약했다.
타격코치 시절부터 '1군에서는 사그라지는 타격 재능'을 안타까워하던 김한수 감독의 표정도 함께 밝아졌다.
이후 김정혁은 꾸준히 선발 출전했고, 9일 대전 한화 이글스전에서 최정상급 마무리 정우람을 공략해 결승타를 치는 등 5타수 3안타 3타점을 올렸다.
올 시즌 1군 성적은 9경기 타율 0.467(30타수 14안타)이다. 득점권 타율이 0.857에 달할 만큼 기회에서도 강하다.
야구 인생에서 가장 뜨거운 시간을 보내는 그는 지난해를 떠올리며 더 의욕을 키운다.
김정혁은 2016년 6월 '주전만큼' 기회를 받았다. 한 달 동안 22차례나 선발 출전했다.
그러나 월간 타율 0.250(80타수 20안타)에 그쳤고, 결국 후반기에는 대부분의 시간을 2군에서 보냈다.
김정혁은 "기술보다 체력적인 부분이 문제였다. 체력이 떨어져 내가 가진 것을 보여드리지 못한 게 한으로 남았다"며 "언제 기회가 와도 버틸 수 있는 체력을 키워야 한다는 걸 깨달았다"고 했다.
2017년 6월의 김정혁은 다르다. 정상급 투수와 맞붙어도 주눅이 들지 않을 만큼 자신감도 자랐다.
김정혁은 '2군 4할 타자' 출신이다. 2011년 2군에서 타율 0.418을 기록했다.
하지만 1군 진입에 실패하며 '2군에서만 통하는 선수' 꼬리표를 달았다.
그 꼬리표를 떼는 게 30대 초반 유망주의 간절한 2017년 소망이다.
김정혁은 "결국 나와의 싸움이 가장 중요하다. 나에게 지지 않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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