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렉시트 협상 이득"…英메이 패배에 유럽 표정 관리
(브뤼셀 베를린 로마=연합뉴스) 김병수 고형규 현윤경 특파원 =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브렉시트)를 강하게 밀어붙이려던 테레사 메이 영국 총리가 총선에서 과반 의석 확보에 실패하자 EU와 유럽 주요국은 협상 주도권을 쥐게 됐다며 내심 이익을 기대했다.
도날트 투스크 유럽연합(EU) 정상회의 상임의장은 9일(현지시간) 트위터에 "언제 협상을 시작할지 모르지만 언제 끝내야만 하는지는 안다"면서 "협상을 못해 '노 딜(No Deal)'이라는 결과를 얻는 것을 피하려면 최선을 다해야 한다"고 적었다.
그는 총리직을 계속 수행하게 된 메이 총리에게 보낸 축하 서한에서도 브렉시트 협상 시작에 시간을 허비하지 말라며 압박했다.
그는 "우리의 공동 책임과 시급한 과업은 2019년 3월 이후 우리 시민들과 기업체, 회원국에 가장 덜 지장을 주는 결과를 보장할 수 있도록 가능한 가장 바람직한 분위기에서 브렉시트 협상을 수행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독일은 EU를 떠나며 EU 단일시장에서도 이탈하겠다는 영국의 '하드 브렉시트' 기조가 이번 선거 결과로 누그러지지 않을까 하는 예측도 했다.
울리케 뎀머 독일 정부 부대변인은 이날 총선 이후 정부를 구성하는 작업이 지속하는 상황이라고 지적하며 평가를 유보했지만 브렉시트 협상과 관련해서는 "협상 시간 2년이 이미 시작된 만큼 어떤 경우라도 EU와 영국의 협상이 빨리 개시되길 바란다"라고 강조했다.
중도좌파 사회민주당 소속 지그마어 가브리엘 부총리 겸 외교부 장관은 "EU와 형평성 있는 협상을 하되 이런 식으로 EU를 떠나는 것이 영국에 진정으로 좋을지, 안 좋을지를 다시 생각해야 한다는 의미가 있는 것"이라고 총선 결과를 풀이했다.
이탈리아 정치인들은 특히 EU와 관계를 완전히 끊는 '하드 브렉시트'를 천명한 메이 총리가 이번 총선에서 사실상 패배한 것에 주목했다.
엔리코 레타 전 총리는 "영국 총선 결과는 간계와 도박은 성공할 수 없음을 보여줬다"며 "브렉시트 협상에서 EU가 좀 더 힘을 받게 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메이 총리가 의석수를 늘려 '하드 브렉시트' 협상 동력을 강화하려는 목적으로 불필요한 조기 총선까지 치렀지만 실패했다는 비판이다.
이탈리아 정치인으로 현재 유럽의회를 이끄는 안토니오 타이아니 의장은 "하드 브렉시트는 패배한 것으로 보인다"며 "약해진 영국 정부는 브렉시트 협상에서 어려움에 부닥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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