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연중발생 비상] 평창올림픽 전 '강제휴업' 입법 서두른다

입력 2017-06-11 07:11
[AI 연중발생 비상] 평창올림픽 전 '강제휴업' 입법 서두른다

지자체장에 사육제한 명령 권한 부여…내달 입법예고

"AI 백신 빨리 결론"…대통령 질책에 대책 속도

(서울=연합뉴스) 정빛나 기자 = 정부가 지방자치단체장이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 위험지역에서 가축사육을 제한할 수 있도록 하는 강제휴업 명령 입법을 평창 동계올림픽 이전에 마무리하기로 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기존의 AI 대책을 질책하면서 근본적인 대책 마련을 지시해 AI에 대한 '근원적인 해결방안' 마련 작업이 속도를 내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는 AI 중점방역관리 지구에서 가축사육을 제한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되면 시장·군수·구청장 등 지방자치단체장이 일정 기간 가축사육을 제한하는 명령을 할 수 있는 내용을 담은 가축전염병 예방법 개정안을 이르면 내달 초 입법 예고할 예정이라고 11일 밝혔다.

농식품부는 입법예고 전 관계 부처 의견을 수렴하기 위해 최근 전 부처에 공문을 발송했다.

의견수렴 후 내달 초 입법 예고한 뒤 관련 절차를 거쳐 오는 10월 국회에 개정안을 제출하는 것이 목표다.

이른바 '휴업보상제'로 알려진 가축사육 제한 조치는 철새도래지 등 AI 바이러스가 농가로 유입될 위험이 큰 지역에서 관할 지자체장이 사전 예방을 위해 닭이나 오리 사육을 중단시키고 대신 농가에 보상금을 지원하는 제도다.

사육제한 명령 대상 가축의 종류는 정해지지 않았으나 토종닭과 육용 오리만 적용 대상이 될 가능성이 크다.

산란계(알 낳는 닭)는 알을 낳는 시기가 정해져 있어 현실적으로 휴업이 불가능하고, 육계는 외부인의 농장 출입이 거의 없어 바이러스 유입 확률이 낮다.

가축사육 제한 조치의 신속한 도입 추진은 강원도에서 열리는 평창 동계 올림픽을 염두에 둔 것이다.

강원도 평창과 인근 지역에 가금류 사육농가 자체가 많은 편은 아니고, 강원도가 철새가 이동하는 서해안 벨트가 아닌 동쪽에 있지만 AI가 지난 겨울처럼 순식간에 전국으로 확산할 경우 문제가 커진다.

또 올림픽은 전 세계의 시선이 우리나라로 쏠리는 국제적 행사인 데다 AI 바이러스가 가장 왕성하게 활동하는 겨울철에 열려 선제 조치가 필요하다는 게 방역 당국의 판단이다.

2월에 개막하는 평창올림픽을 대비하려면 토종닭 사육 기간이 70일 전후이므로 늦어도 12월부터는 강제 휴업명령이 이뤄져야 한다.

일각에서는 예산 확보가 쉽지 않고 농가들이 반발할 가능성도 있어 시행까지 과정은 순탄치 않을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그러나 AI 확산의 위험성 등에 대해서는 대체로 부처 간 공감대가 형성돼 있어 사육제한을 위한 법적 근거 마련이 가능할 것으로 농식품부는 기대하고 있다.





정부는 우리나라도 이제는 'AI 상시발생국'으로 봐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짐에 따라 백신 도입 여부도 조만간 결론을 낼 방침이다.

AI 백신의 경우 바이러스 변이 등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고 기술적인 제약이 따른다.

이에 따라 우리나라와 대부분 선진국에서는 백신을 사용하지 않고 100% 살처분 정책을 선택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경우 AI가 연례행사를 넘어 연중 발생하는 양상을 보여 도살처분에만 의존하는 방역에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문 대통령은 최근 청와대에서 수석·보좌관 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 "AI 바이러스 변종이 토착화하는 것으로 의심되는 상황을 엄중히 인식하고 기존 관성적 문제 해결 방식에서 벗어나 근원적 해결 방식을 수립하라"고 지시했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지난 4월 종합대책을 발표한 직후 백신 전문팀을 꾸려 타당성 여부를 검토하고 있다"며 "최근 AI 연례 발생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어 백신 정책을 더욱 깊이 있게 고민해보고 빨리 결론을 내릴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백신을 도입하더라도 전면이나 상시 접종이 아니라 일본처럼 백신을 비축해놨다가 긴급할 때 바이러스 확산 속도를 늦추기 위해 AI 위험·발생 지역 반경 3∼10㎞에만 접종하는 '링 백신' 방식으로 시행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는 이번에 '방역 사각지대'로 드러난 전통시장과 소규모 농가에 대해서는 바이러스를 퍼뜨릴 위험이 있는 살아있는 가금류 유통을 금지하는 방안 등을 검토해 현재 마련 중인 '가금산업 발전대책'(가칭)에 반영할 방침이다.

아울러 현행법상 취미 활동 등으로 사육하는 규모(10㎡) 이하의 가금류는 축산업 등록 대상에서 제외됐으나, 이제는 닭을 한 마리만 키워도 등록을 의무화하고 이번에 소규모 농가의 AI 의심사례를 빠르게 파악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 '재난 문자 발송'을 AI 방역 매뉴얼로 추가하는 방안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4월 발표한 종합대책을 조속히 추진하되, 보완할 부분은 빠짐없이 보완하겠다"며 "농장 단위 상시 점검 체계를 구축하고 동시에 소규모 농가나 전통·재래시장에 대해서도 방역에 구멍이 생기지 않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shin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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