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패한 승부수' 英총선 끝나자마자 메이 사퇴 압박 가중
메이 총리, 거취 문제 직접 입장 밝히기로
(서울=연합뉴스) 이광빈 기자 = 영국 조기총선에서 집권 보수당이 과반 의석을 상실하면서 테리사 메이 총리에 대한 사퇴 압박이 가중되고 있다.
이번 총선은 메이 총리가 추구해온 '하드 브렉시트'를 뒷받침하기 위해 극소수의 측근과의 논의를 거쳐 조기총선을 요청함에 따라 이뤄졌다.
그만큼, 의석 확대는커녕 과반 의석도 상실한 총선 결과에 대해 메이 총리가 책임을 지고 사퇴해야 한다는 요구가 터져 나오기 시작한 것이다.
메이 총리에 대한 사퇴 압박은 여야를 가리지 않고 나오고 있다.
9일(현지시간) DPA와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 등 외신에 따르면 이번 총선에서 보수당에 맞서 노동당을 이끈 제러미 코빈 대표는 "영국 국민이 보수당의 긴축정책을 거부한 것"이라며 "메이 총리는 영국을 진정으로 대표하는 정부를 구성할 수 있도록 자리를 비켜주고 떠나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보수당 소속인 애나 소브리 전 기술혁신부 차관도 "끔찍한 선거 캠페인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한다"며 사실상 총리직에서 물러날 것을 요구했다.
조기총선이 확정되기 전까지만 해도 여론조사에서 보수당이 노동당을 20%p 앞섰으나, 메이 총리가 유세 과정에서 노인요양 지원자를 축소하는 '사회적 돌봄' 공약을 내세웠다가 여론의 '뭇매'를 맞고 철회하는 등 득표전에 악영향을 준 것을 지적한 것이다.
메이 총리 취임 직후 경질된 보수당 소속 조지 오스본 전 재무장관은 TV에 출연해 "2년 전 총선보다 더 나쁜 결과를 얻었고 정부를 구성하기가 어렵게 됐다"면서 "메이 총리는 보수당의 리더로 오래 자리를 보전할 수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런 가운데 메이 총리는 현지시간 오전 10시에 거취 문제를 포함해 총선에 대한 입장을 밝히기로 했으나, 아직 사퇴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메이 총리는 자신의 지역구인 메이든헤드에서 당선이 확정된 뒤 "이 시점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이 나라의 안정"이라고 말해 물러나지 않겠다는 의사를 내비쳤다.
이는 보수당이 과반 의석 확보에 실패했지만 다른 정당과 연립정부 구성을 시도하거나 군소정당들과 정책합의를 통해 소수정부 출범을 시도할 것임을 시사한 것으로 받아들여졌다.
BBC 정치담당 로라 쿠센버그 기자는 트위터에 "메이 총리가 사임할 의사가 없다"면서 "가장 높은 득표율을 얻은 제1당으로서 정부를 구성하려 하고 있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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