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뱅 이후 초기 우주 모습 밝힐 새 이정표 발견
CERN 국제연구진 "양성자 간 충돌로 기묘입자 증가"
(대전=연합뉴스) 이재림 기자 = 빅뱅(대폭발) 이후 초기 우주 모습을 살펴볼 새로운 실마리가 발견됐다.
한국연구재단은 유럽핵입자물리연구소(CERN) 대형이온충돌실험(ALICE) 연구팀이 양성자 간 충돌 실험을 통해 기묘입자 생성량 증가를 관측했다고 11일 밝혔다.
45개국 3천명이 넘는 과학자가 공동 연구 중인 대형이온충돌실험에는 인하대 윤진희 교수를 비롯한 국내 연구진 45명도 참여하고 있다.
기묘입자는 위(u)·아래(d)·기묘(s)·맵시(c)·바닥(b)·꼭대기(t) 등 6개의 쿼크 중 세 번째로 무거운 기묘 쿼크를 포함한 입자다.
대형이온충돌실험은 빅뱅 이후 초기 우주 '쿼크-글루온 플라스마(QGP)' 상태를 연구하고자 대형강입자충돌기(LHC)를 이용해 중이온을 충돌시키는 게 골자다.
쿼크-글루온 플라스마는 초고온·초고압에서 쿼크와 글루온(쿼크를 엮는 힘을 전달하는 소립자)이 액체 같은 자유도를 가질 것이라고 예측되는 상태다.
빅뱅 이후 초기 우주가 이런 모습이었을 것으로 학계에선 예상한다.
연구진은 양성자-양성자 충돌 실험에서 기묘입자 양과 각 기묘입자 파이온(위 쿼크와 아래 쿼크로 이뤄진 중간자)에 대한 상대량을 구하는 실험을 했는데, 기묘 쿼크를 많이 가진 입자일수록 그 값이 급격하게 나타났다.
이를 토대로 분석 결과 기존 납 핵 간 충돌뿐만 아니라 양성자 간 충돌에서도 기묘입자 생성량이 증가한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양성자 충돌에서도 쿼크-글루온 플라스마 같은 새로운 물질상태가 생성될 수 있다는 뜻이다.
학계에선 기묘입자 증가 원인에 대한 연구를 한 단계 끌어올려 우주 초기 상태 물질과 쿼크-글루온 플라스마 특성 연구에 대한 새로운 이정표를 제시했다는 평이다.
실험에 참여한 윤진희 교수는 "납 핵 간 충돌에 따른 쿼크-글루온 플라스마 상태에서의 기묘입자 생성량 증가가 양성자 간 충돌에서도 비슷한 비율로 발생한 것을 확인한 것"이라며 "기묘입자 증가가 중이온 충돌 실험만의 고유한 특성이 아니라는 것을 밝힌 실험"이라고 설명했다.
윤 교수는 "이 과학적 발견 과정에서 한국 연구진은 기묘 쿼크를 2개 포함하는 크사이 입자를 재구성해 운동량에 따른 생성량 분포를 계산했다"며 "이번 양성자 간 충돌 외에 다른 시스템 충돌에서도 기묘 입자 생성량을 밝히는 데 역할을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연구는 미래창조과학부·한국연구재단 지원 '한국·CERN 국제협력사업'과 '기초연구실험 데이터 글로벌 허브 구축사업'으로 수행했다.
유럽핵입자물리연구소 대형이온충돌실험 전체 컴퓨팅 인프라의 10%를 담당하는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KISTI) 컴퓨팅 인프라도 활용했다.
결과 논문은 물리학 분야 세계 최고 권위 학술지 '네이처 피직스(Nature Physics)' 이달 표지논문으로 실렸다.
walde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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