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절 끓는 한반도] ② '한 손에 생수는 필수'…일상이 바뀐다

입력 2017-06-10 09:11
수정 2017-06-10 09:18
[절절 끓는 한반도] ② '한 손에 생수는 필수'…일상이 바뀐다

2070년이면 아열대 기후…의식주·신체 변화 불가피

(전국종합=연합뉴스) 김동철 기자 = 1월인데도 하늘에서 내린다는 '눈'이란 걸 보지 못했다. 반소매 차림의 아이들은 놀이터에서 한 손에 500㎖ 생수병을 들고 뛰어논다. 유치원생은 책 속에서 '눈'을 보고 배운다.

2070년 아열대 기후에 접어든 대한민국의 가상 풍경이다.



지난 100년간 지구 평균기온은 0.74도 올랐다. 한반도는 이보다 2배가량인 1.5도나 상승했다. 이런 속도로 온난화가 지속하면 2070년이면 한반도 대부분이 아열대 기후로 변할 것이란 게 기상청의 분석이다.

기후변화 관련 정부 간 협의체(IPCC) 예측 결과, 2100년에는 세계 평균기온은 3.7도 상승하고 해수면은 63㎝, 강수량은 4.1∼8.1% 증가한다.

여름은 갈수록 길어져 2070년 이후에는 5개월로 늘어난다.

기후변화는 이미 일상의 파격적 변화를 불러오고 있다.

사계절에 익숙한 의식주와 신체 변화는 물론 생활패턴이 확 바뀌고 있다.

최근 몇 년간 더위로 춘추복이 안 팔린다거나 겨울 같지 않은 겨울 때문에 코트, 오리털 점퍼가 안 팔린다는 뉴스가 해마다 등장하고 있다.

겨울이 소멸하면 우리 삶의 변화는 불가피하다.

우리 민족은 전통적으로 남향 주택을 선호했지만, 한반도가 아열대에 편입되면 북향 선호가 두드러질 것으로 보인다.

습기가 많은 홍콩은 이미 지대가 높은 쪽에 고급주택가가 형성됐다.

전북 장수와 진안, 무주 등 해발 300∼400m의 고지대는 벌써 더위를 잘 타는 '열혈남아'의 정착촌으로 소문났다.

기온 상승으로 해충과 바이러스가 죽지 않아 전염병이 기승을 부릴 개연성도 높다.

식목일은 열흘 이상을 당긴 3월이 적합하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여름이 길어지면서 방학도 조정 대상이다.

실제 부산은 겨울에도 1월을 제외하고는 수업에 지장을 받을 정도로 추운 날이 거의 없다.

온도 변화에 가장 민감한 분야는 패션업계로 대대적인 사업 변화가 불가피하다.

한 대형백화점은 매출을 분석한 결과 2003년 65 대 35이던 봄·여름 긴소매와 반소매 셔츠의 매출 비율은 최근 45 대 55로 역전됐다.

봄·가을이 사라지면서 환절기 상품들은 맥을 못 추고 있다.

봄·가을 멋쟁이들의 '잇 아이템'인 트렌치코트가 대표적이다. 지금도 서두르지 않으면 봄·가을에 트렌치코트를 몇 번 입지 못하고 드라이클리닝 맡기기 일쑤다.

여름철 피부를 식혀 주는 쿨링 화장품은 뜨지만, 로션 제품은 수요가 꺾이는 추세를 보인다.

가전업계는 이미 사업 방향을 아열대 형으로 틀었다.

가전업계에서는 높은 습도로 눅눅한 습기를 제거하고 세균 번식을 막기 위한 다양한 제품을 선보이고 있다.

이미 제습기는 생활에 자리 잡았고 에어컨, 스팀 청소기, 공기청정기의 수요가 크게 늘 것으로 가전업계는 전망했다. 벌써 가습기 구매 붐은 식었다.

아열대 기후로 변하면서 레저나 스포츠는 실내 활동을 증가시킬 것으로 전망된다.

스키장은 시즌 단축으로 제설비용이 증가하는 등 경영여건 악화가 불가피할 것으로 예측된다. 눈, 얼음꽃 등 자연을 주제로 하는 축제는 자연히 사라진다.

기후변화로 인한 생태계 변화로 식탁 문화도 바꿔놓고 있다.

그동안 우리 바다는 난류·한류의 교차 지점에 있어 어류 977종을 비롯해 1만여 종이 넘는 풍부한 해양 생태계를 자랑했다.

최근 몇 년 새 대표적인 한류성 어종인 명태나 대구의 어획량이 급격히 감소했다. 대신 난류성 어종인 멸치, 고등어, 오징어의 어획량은 증가하고 있다. 제주 특산물인 아열대성의 자리돔이 울릉도 연안에서 잡히기도 한다. 벼 등 작물 생산량과 재배 면적도 줄어들고 있다.

생수를 비롯한 각종 차 음료 소비량도 급격히 증가하고 있다.

무더운 날씨에 수분 공급을 위해 어디를 가나 작은 생수병 하나씩 들고 다니는 문화가 생겨날 수밖에 없다.

지구 온난화의 가장 큰 피해자는 역시 '돈 없는 사람'이다.

사회적 약자일수록 극한 기후에 따른 피해가 더 커질 수밖에 없다.

기후변화가 불러올 변화에 대응하기 힘들어 피해가 커질 것으로 예상하는 기후변화 취약계층과 에너지 빈곤층은 더욱 살기 힘든 세상이 될 것이다.

'더워 죽겠다'는 농담은 무서운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sollens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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