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잇따른 미사일 도발, 대화 시 유리한 고지 포석"
한반도 전문가들 분석…대화 국면 前 미사일 성능 향상 꾀하기
(서울=연합뉴스) 이광빈 기자 = 북한의 잇따르는 미사일 시험 발사 도발로 한반도 긴장 상황이 고조되는 것을 놓고, 향후 미국과의 대화 재개를 염두에 둔 북한의 포석이라는 주장이 한반도 전문가들 사이에서 제기되고 있다.
9일(현지시간) 미국 일간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일부 한반도 전문가들은 최근 북한이 미사일 시험 발사에 열을 올리는 것은 대북 경제제재에 손을 들고 결국 협상 테이블로 나오기 전까지 협상력을 최대한 높여놓기 위한 포석이 아니냐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20년 이상 북한 문제를 다뤄온 피터 헤이스 미국 노틸러스연구소 소장은 북한의 도발을 태권도에 비유해 "상대방이 머리를 향해 날카로운 발차기를 하게 되면 간담이 서늘해져 균형을 잃게 된다"고 설명했다.
북한은 지난 10일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 이후 다섯 번째로 미사일 발사를 감행하는 등 최근 5개월간 12발의 미사일을 발사했다.
이는 북한이 김정일 체제에서 17년간 총 16발의 미사일을 발사한 것과 비교해 미사일 개발 프로그램이 상당히 급하게 진행되고 있는 것이다.
북한 전문가들은 북한이 이전에도 미국과의 대화 국면에 몰리기 전에 한반도의 긴장을 고조시키는 조치를 해왔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천영우 전 외교안보수석은 "그들이 사용가능한 무기를 더 개발할수록 협상 테이블로 돌아올 때 무기 동결만으로 주변 강대국들로부터 더 많은 것을 얻어낼 수 있다"고 말했다.
천 전 수석은 북한에 대한 제재가 누적되면 북한이 더는 버틸 수 없는 상황에 봉착하는 것은 시간문제로 바라봤다.
그는 "북한은 대화 테이블로 돌아오기 전에 기술 개발에 속도를 낼 이유가 충분하다"고 재차 강조했다.
북한은 8일 지대함 순항미사일로 추정되는 미사일을 여러 발 발사하는 등 최근 한미 양국 군의 우세한 해군력과 공군력에 대응해 지대함·지대공 미사일 개발에 힘을 쏟는 양상이다.
미국이 북한의 도발을 억제하고자 한반도 주변 해역으로 항공모함을 잇따라 전개하고 있는 가운데 북한이 항공모함을 겨냥한 미사일 개발에 열중하고 있는 셈이다.
다만, 북한은 미국의 핵 추진 항공모함 칼빈슨과 로널드 레이건호가 최근 동해에서 훈련을 마치고 떠난 뒤 미사일을 발사해 도발의 수위를 조절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최근 스웨덴에서 열린 남·북·미·중 전문가가 참석하는 비공개포럼에서 북한 측 인사들은 북한이 핵 프로그램과 미사일의 포기 문제를 협상 테이블에 올려놓지 않을 것이라고 미국 전문가들에게 전했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은 북한에 대한 압박을 강화하고 있다.
제임스 매티스 미국 국방부 장관은 최근 싱가포르에서 열린 2017 아시아안보회의(일명 샹그릴라대화) 개막식 정책연설에서 "미국은 북한의 위협으로부터 미국 본토를 지키기 위해 더 심화한 단계를 밟을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최근 중국의 일련의 대북 행보를 염두에 두고 "미국이 중국의 한반도 비핵화 노력에 고무됐다"며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 대북 제재를 계속 강화하겠다는 뜻을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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