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린턴·닉슨 이어 트럼프까지 탄핵위기 몰고간 '사법방해죄'

입력 2017-06-09 10:24
클린턴·닉슨 이어 트럼프까지 탄핵위기 몰고간 '사법방해죄'

수사중단 외압·코미 경질에 '부정한 의도 개입' 입증이 관건

"대통령 재량권으로 봐야" 사법방해죄 성립 안된다는 반론도



(서울=연합뉴스) 이윤영 기자 = 제임스 코미 전 미국 연방수사국(FBI) 국장의 폭로로 촉발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탄핵론의 핵심근거는 바로 '사법방해'(obstruction of justice)라는 것이다.

미 언론과 정치권은 코미 전 국장이 8일(현지시간) 상원 정보위에 출석해 트럼프 대통령이 '러시아 스캔들' 수사에 대한 사실상의 외압을 행사했다고 증언한 점에 주목하며, 이것이 만약 사실이라면 이는 '사법방해죄'에 해당할 수 있다고 진단했다.

뉴욕타임스(NYT) 등에 따르면 사법방해는 공식적인 수사 절차를 방해하는 행위를 말한다.

증인 살해, 증거 인멸 등 누가 봐도 명백한 사법방해 행위도 있지만, 미 연방법은 법 집행기관의 수사 절차를 부정하게(corruptly) 방해하고, 영향을 미치고, 지연시키는 등의 행위도 포괄적 의미에서 사법방해에 포함된다고 본다.

코미 전 국장의 폭로로 초미의 관심사로 떠오른 것은 '러시아 스캔들' 수사중단을 요청한 트럼프 대통령의 행위를 사법방해로 볼 수 있느냐이다.

NYT는 이론으로만 보면 '그렇다'는 해석을 내놨다.

연방검사 출신인 줄리 오설리번 조지타운대 교수는 "대통령과 FBI 국장의 권력관계로 볼 때 '어떤 사건을 덮어달라'는 요구는 공식 수사 절차를 지연시키는 행위에까지 이를 있다"고 지적했다.

수사중단 외압과 더불어, 수사 책임자인 코미 전 국장을 해임한 트럼프의 행위도 사법방해로 볼 수 있다는 견해도 있다.

NYT는 "물론 FBI 국장에 대한 인사권은 대통령에게 있지만, 만약 부정한 의도로 인사권이 행사됐다면 합법적인 권한 행사라도 사법방해가 된다"며 과거 판례를 소개했다.

관건은 '부정한 의도'를 입증하는 것이다.

연방검사 시절 엔론 사건 태스크포스(TF)를 이끌고 현재 듀크대에서 형법을 가르치는 새뮤얼 뷰엘 교수는 "처음엔 코미 전 국장을 단순히 해임한 것만으로 트럼프 대통령이 부적절한 의도를 가지고 있었다는 것을 증명할 수 있을지 회의적이었지만, 이후 드러난 상황들을 보니 증거가 점점 확실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이 사법방해를 탄핵사유로까지 인정할 수 있을까. 전례를 보면 충분히 가능하다.

르윈스키 성 추문에 휘말렸던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은 1998년에, 워터게이트 사건으로 사임한 리처드 닉슨 전 대통령은 1974년에 바로 이 사법방해를 사유로 탄핵 소추를 당했기 때문이다.

민주당 소속인 테드 도이치 하원의원(플로리다)도 트럼프 대통령의 수사중단 외압설이 처음 언론에 보도된 직후 트위터에서 "FBI에 수사중단을 요구한 것은 사법방해"라면서 "이는 탄핵 대상이 되는 불법 행위"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지금까지 드러난 것만으로는 트럼프 대통령의 수사중단 요청을 사법방해로 규정하기 힘들다는 반론도 있다.

앤드루 매카시 전 연방검사는 8일 워싱턴포스트(WP) 기고문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사법방해죄를 저질렀다고 보는 주장은 '부정한 의도'와 '재량권'이라는 두 가지 중대한 측면에서 오류가 있다"고 지적했다.

매카시는 우선 "단순한 수사 개입이나 방해가 아닌 '부정한 의도'가 담긴 것이어야 사법방해죄가 성립된다"며 트럼프의 이번 행위에는 '부정'이 빠져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법 집행과 정치는 별개이고 서로 독립적인 것으로 생각하기 쉽지만, FBI와 법무부는 대통령이 이끄는 정부의 하부 조직"이라며 따라서 트럼프 대통령의 행위는 정당한 재량권의 행사로 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yy@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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