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산 닭 농장주 안일함이 사태 키워…수의사 오진도 한몫
농장주, 계속된 폐사에도 '자가처방' 고집하다 시기 놓쳐
(군산=연합뉴스) 임채두 기자 = 조류인플루엔자(AI) 사태가 전국적 확산 조짐을 보이는 가운데 이번 AI의 발원지로 꼽히는 군산 종계농장의 판단 착오와 미숙한 대응이 사태를 키웠다는 주장이 나온다.
해당 농장주는 평소보다 많은 수의 닭이 폐사하는 등 수상한 점을 느꼈음에도 '자가처방'만을 고집하다 시기를 놓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7일 농장주 김모(63)씨를 경찰에 고발한 군산시에 따르면 해당 농장에서는 지난달 20일부터 이미 고병원성 AI 의심 사례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사육 중인 토종닭 1만3천여 마리 중 보통 하루에 자연 폐사하는 닭의 수가 10여 마리에서 30여 마리로 부쩍 늘어난 때가 이때부터였다.
농장주는 군산시 관계자와의 면담에서 "수의사 처방으로 치료될 줄 알았다"고 해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농장주가 시 방역팀에게 진술한 내용을 종합해보면 폐사 규모가 늘자 방역 당국에 알리지 않은 채 인근 동물병원에서 사둔 약품으로 '자가처방'을 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약효는 없었다.
다급해진 김씨는 평소 항생제를 사던 제약회사에 연락해 양계 전문 수의사의 진단을 요구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29일 현장에 나온 수의사는 1차 진단 결과, 폐사의 원인을 '콕시디움병' 혹은 '감보로병'으로 추정했다고 한다.
콕시디움의 원충은 가축의 장점막 내에서 기생하며 세균과 결합해 치명적인 문제를 일으키는 질병으로 양계장 집단폐사의 주원인이다.
농장주는 수의사 권유로 가금류에 항생제 일종인 '토트라주릴'을 투입했다.
하지만 폐사는 계속됐다.
이 과중에 다른 농장들과의 약정에 따라 농가의 닭 2천여 마리가 제주도와 경기도 파주, 경남 양산 등지로 팔려나갔다.
군산시 측은 '농장주의 안일하고 미숙한 대응, 수의사의 판단 착오가 전국적인 AI 사태를 초래한 원인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지난 4일 오후 농장주를 면담한 군산시 관계자는 당시 "농장에서 출하된 오골계에서 AI H5 항원이 검출됐다는 소식을 듣고 부랴부랴 살처분에 들어갔다"며 "역학조사 당시 농장주는 '수의사의 처방을 따르면 병이 나을 줄 알았다'는 취지로 진술했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농장주는 AI가 전국을 휩쓸고 있다는 보도를 보고 자신의 실수를 깨달은 것 같았다"며 "잠을 자지 못해 초췌해 보였고 극단적인 선택을 할까 우려스러웠다. 안쓰럽지만 농가의 '모럴해저드'를 의심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고 말했다.
군산시는 지난 7일 가축전염병 예방법 위반 혐의로 김씨를 경찰에 고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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