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봉투 만찬' 수사는 누가…검·경 '겹치기 수사' 하나
검찰·경찰 동시 사건 배당…대검까지 가세해 '3개 트랙'
檢 '개혁·지휘부 공백'에 주춤…'기 싸움' 우려도 제기
(서울=연합뉴스) 임기창 이지헌 기자 = 법무부·검찰 고위 간부들이 참석한 '돈 봉투 만찬'을 둘러싼 고발 사건이 검찰과 경찰에 동시 배당된 상태가 이어지면서 수사 주체를 놓고 '교통정리'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9일 검찰과 경찰에 따르면 이 사건과 관련한 검·경의 수사는 세 갈래로 이뤄지고 있다.
우선 검찰이 한 시민의 고발장을 접수해 서울중앙지검 2차장검사 산하인 외사부로 배당을 마친 상태다.
애초 사건을 1차장 산하 조사부에 맡겼으나 조사 대상자인 노승권 1차장이 자신 휘하의 부서 조사를 받는다는 점이 문제 될 가능성이 있어 7일 재배당했다.
이 사건은 경찰도 수사를 개시한 상태다.
투기자본감시센터는 검찰의 고발장 접수일과 같은 지난달 22일 이영렬 전 중앙지검장 등 만찬 참석 검사 10명 전원을 뇌물수수·횡령, 청탁금지법 위반 등 혐의로 경찰에 고발했고 경찰은 23일 서울지방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에 사건을 배당했다.
이 사건은 법무부·검찰 합동감찰반의 감찰이 진행되던 터라 그 결과가 나오면 어떤 식으로든 수사 주체가 정리될 것으로 예상됐다.
그러나 감찰반은 이영렬 전 지검장의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일명 '김영란법') 위반 혐의만을 대검찰청 감찰본부에 수사의뢰키로 결정했다. 당시 검·경의 수사 여부에 대해선 별다른 언급이 없었다.
오히려 이 전 지검장의 수사가 대검과 중앙지검에서 '투 트랙'으로 나뉘어 전체적으로는 세 갈래로 진행되는 양상이 됐다.
통상 같은 사건을 두고 검찰과 경찰에 동시에 고발장이 접수되면 검찰이 수사를 지휘하는 형태로 주체를 정하는 게 관례였지만, 지난달 22일 검·경이 고발장을 접수한 후 보름이 넘도록 정리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
오히려 검·경이 고발 사건을 배당했다고 같은 날 연이어 밝히는 등 주도권을 놓고 기 싸움을 하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검찰이 수사를 지휘해 경찰 사건을 넘겨받을 가능성도 거론되지만 이럴 경우 '검찰 개혁' 목소리가 높은 와중에 '제 식구 감싸기' 비판이 제기될 수 있다는 점이 부담 요인이다.
경찰은 수사 의지를 보이면서도 지나치게 앞서나가 검찰을 자극하지는 않겠다는 분위기다.
경찰 한 관계자는 "아직 검찰로부터 송치 관련 지휘를 받은 사안이 없다"며 "감찰 결과가 나온 만큼 결과 보고서를 포함해 필요한 자료를 법무부에 요청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검찰도 수사 주체와 관련해 당분간 상황을 지켜본다는 분위기다.
검찰 관계자는 "경찰로부터 사건을 가져올 계획이 현재로썬 없다"고 말했다. 수사를 중단하진 않겠지만 그렇다고 경찰 수사 진행을 굳이 막진 않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검찰 지휘부의 부재 상태에서 수사 주체가 모호한 상태가 지속하는 셈이다.
법조계 한 관계자는 "검경 수사권 조정을 앞두고 이 사건 처리가 기관 간 힘겨루기 양상으로 전개되지 않도록 폭넓게 의견을 교환해 합리적인 접점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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