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 동 아파트 화재 보고 달려가 주민 대피시킨 소방관
(양주=연합뉴스) 최재훈 기자 = 현직 소방관이 집에서 잠을 청하다 앞 동 아파트에서 불이 난 것을 보고 맨발로 달려가 주민들을 대피시켰다.
심야에 자칫 큰 인명피해로 이어질 수 있는 화재였지만 이 소방관의 활약으로 큰 피해 없이 진화됐다.
8일 경기도 양주소방서 등에 따르면 이날 자정무렵 파주소방서 소속 유시종(57ㆍ지방소방령) 소방관은 근무를 마치고 양주시 덕정동에 있는 자신의 집에서 잠을 청하려다 타는 냄새를 맡았다.
창문을 열어 보니 바로 앞 동 아파트에서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었다. 불길은 점점 커지는데 아파트 주민들은 불이 난 사실을 모르는 듯 별 움직임이 없었다.
소방차가 올 때까지 기다릴 수 없다고 생각한 유 소방관은 양말도 신지 않고 현장으로 달려갔다. 먼저 1층부터 계단으로 올라가며 옥외 계단으로 통하는 문을 열었다. 이어 불이 난 9층과 가까운 5층부터는 일일이 문을 두드리며 주민들을 대피시켰다.
"아파트가 폐쇄적인 구조라 당시 주민들은 이웃에 불이 난 지도 모르고 있어서 문을 두드리고 소리를 지르며 주민 약 40명 정도를 대피시켰습니다"고 유 소방관은 말했다.
유 소방관은 여기서 그치지 않고 불이 난 9층으로 이동해 소화전을 꺼내고 진화를 시도했다. 다행히 집 문은 열려있었지만, 방호복을 입지 않은 상태여서 연기를 견디기 힘들었다.
다른 진화 방법을 고민하던 찰나, 신고를 받고 출동한 양주소방서 대원들이 출동해 무사히 화재를 진압할 수 있었다.
유 소방관은 "불이 나면 끄는 게 당연한 소방관의 역할"이라며 "쉬는 날이라고 지켜만 본다는건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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