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매환자 안내견 어때요…호주 가정서 실용화 시험

입력 2017-06-08 14:50
치매환자 안내견 어때요…호주 가정서 실용화 시험

보호자 "마음 편안해져" 호평 속 고가 훈련비 등 걸림돌도

(시드니=연합뉴스) 김기성 특파원 = 80살의 호주 남성 그레이엄 퍼메즐은 2년 6개월 전 치매 진단을 받았다.

치매가 서서히 진행되면서 그레이엄을 돌보던 아내 얀은 치매 지원단체가 운영하는 프로그램에 참여, 약 6개월 전부터 안내견 그레타를 지원받아 생활하고 있다.



미리 치매환자를 위한 맞춤형 교육을 받은 그레타의 존재는 애초 얀의 생각보다 부부의 생활에 훨씬 큰 도움이 됐다.

얀은 "남편과 산책하는 등 그레타는 그림자처럼 남편을 따라다녔고, 그레타로 인해 부부가 많은 이야기도 나눌 수 있었다"고 말했다. 부부는 그레타와 함께 교회나 공연장, 상점들에도 많이 다닐 수 있었다.

얀은 "남편은 그레타와 교감하며 동기부여가 됐고, 나는 남편을 두고 외출할 때 마음의 안정을 받았다"라고 말했다.

시각 장애인 안내견이 세계 각지에서 활용되고 있듯 호주에서 훈련받은 개를 이용해 치매환자를 돕는 프로그램이 운영 중이다.

호주 치매 지원단체인 해먼드케어(HammondCare)는 치매환자 지원프로그램(Dogs 4 Dementia)을 2015년 뉴사우스웨일스(NSW)주와 빅토리아주에서 시작, 다른 지역으로 확대해 운영하고 있다. 아직 본격적인 운영이라기보다는 시험 성격이 강하다.

해먼드케어는 최근 일본에서 열린 한 치매관련 국제회의에서 시험 운영 상황을 소개했다.

이 단체는 장애인 지원에 많이 이용되는 품종인 래브라도 리트리버(Labrador Retriever) 10마리를 치매를 앓고 있는 가정들에 보냈다.

이들은 미리 해당 환자의 필요에 맞춰 선발돼 훈련을 받았다. 사람을 깨우거나 수도꼭지가 잠겨있지 않으면 경고를 하는 등 50가지의 신호를 알아채 일상생활에서 지원한다.

그레이엄 부부 사례에서 보듯 실제로 몇몇 효과도 있었다. 한 보호자는 우울 증세가 개선됐고, 아내는 환자인 남편을 집에 두고 쇼핑할 수 있었으며, 한 남성 환자는 보호자인 아내가 2주간 입원해 있는 동안 그럭저럭 지낼 수 있었다.

하지만 이 프로그램은 현실적인 어려움도 적지 않다.

일부는 상태가 악화하거나 집이 좁아 몸집이 큰 개를 계속 키울 수 없었다. 비싼 비용도 걸림돌로 훈련 비용과 보험을 포함해 초기 비용만 4천만 원이 조금 넘기도 한다.

해먼드케어 측은 아직 시험 대상 가정이 적은 만큼 영국의 한 곳 등 유사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기관들과 정보교환을 통해 활용 가능성을 높여나갈 계획이다.

호주 치매센터(Dementia Centre)의 콤 커닝엄 소장은 "이 사업은 보호자와 함께 집에서 생활하는 환자에게 큰 도움이 됐다"며 "입원하는 일이 줄고 관련 시설 입소를 늦출 수 있었으며 보호자의 웰빙에도 긍정적"이라고 헤럴드 선에 말했다.

cool21@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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