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반전에 실점했다고 경기 포기하면 안 돼"

입력 2017-06-08 14:31
"전반전에 실점했다고 경기 포기하면 안 돼"

의정부지법, 제2회 보호소년 축구대회 개최

(파주=연합뉴스) 노승혁 기자 = "전반전에 실점했다고 경기를 포기하면 안 됩니다. 후반전에 더 열심히 뛰어 역전승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야 합니다."



의정부지방법원은 8일 파주 축구대표팀트레이닝센터(NFC)에서 보호소년 축구대회인 '슈팅 스타'를 열었다.

올해로 2회째인 이날 대회에는 오전 9시부터 로뎀 청소년학교, 살레시오 청소년학교, 효광원 등 3개 소년보호기관과 보호처분을 마친 부산지역 소년들로 구성된 만산 소년축구단 등 200여 명이 참가했다.

오전 경기를 마친 소년들은 점심에 앞서 축구대표팀트레이닝센터 1층 대회의실에서 대한민국 최초 여성 국제심판이자 현 FC 안양 임은주 단장과 대화의 시간을 가졌다. 지난해에는 이영표 축구 해설위원이 자신의 얘기를 들려줬다.



임 단장은 청소년들과 만남의 자리에서 부모님이 일찍 돌아가셔서 힘들게 학창시절을 보낸 시기, 축구를 하게 된 계기 등 과거를 얘기하며 "축구 경기가 전후반전이 있는데, 전반에 골을 먹었다(실점)고 해 경기를 포기하면 안된다"며 "후반전 종료 휘슬이 울릴 때까지 죽을 힘을 다해 경기를 뛰면 동점도, 역전도 충분히 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여러분은 전반전 5분 만에 한 골을 잃었을 뿐"이라며 "아직도 전반전 40분과 후반전 45분이 남아있고, 무한한 가능성이 있으니 꿈을 위해 노력해 달라"고 당부했다.

이날 대회는 보호소년들이 오랜만에 시설 밖에서 그동안 갈고 닦은 운동 실력을 발휘하게 하고자 의정부지방법원이 마련했다.

이들은 모두 절도, 사기, 폭행 등 범죄를 저질러 소년 재판에서 6호 처분을 받았다.

6호 처분은 소년부 판사가 비행을 저지른 소년에게 내리는 10가지 처분 중 아동복지법에 따른 시설이나 그 밖의 소년보호시설에 감호 위탁하는 처분을 말한다.

경기장 곳곳에서는 팔과 다리에 나이와 어울리지 않는 문신을 한 청소년들이 종종 눈에 띄었다. 하지만 목청껏 응원하고 최선을 다해 뛰는 모습은 여느 청소년과 다를 바 없었다.

의정부지법 관계자는 "축구대회는 보호소년들이 비행을 다시 저지르지 않고 건전한 사회구성원이 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며 "아이들이 그동안 정해진 룰에 따라 동료들과 협동하며 선의의 경쟁을 펼쳐 자존감을 회복했으면 좋겠다"고 기대했다.

보호소년들은 의정부지법과 후원 협약한 축구사랑 나눔재단의 도움으로 그동안 축구를 훈련해 왔다. 재단은 대한축구협회 소속 지도자를 파견하고 월 2회 축구교실도 열면서 축구용품도 지원했다.

ns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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