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적장애인, 어디로] ① "딸 보낼 곳이 격리시설뿐인가요"

입력 2017-06-11 10:59
수정 2017-06-11 11:22
[지적장애인, 어디로] ① "딸 보낼 곳이 격리시설뿐인가요"

"자살시도 딸 도와달라" 아버지의 애절한 편지

성인 지적장애인 갈 곳은 정신병원밖에 없다니

[※ 편집자 주 = 최근 광주의 한 아파트 베란다에서 투신자살을 시도한 딸을 둘러싼 소동에 대해 국민에게 사과 편지를 보낸 아버지의 애절한 사연이 주목받았습니다. 이 아버지는 성인이 된 정신지체 3급인 딸이 학교의 공적 보호 틀에서 벗어난 후 갈 수 있는 곳이 '격리시설'밖에 없다며 도움을 요청했습니다. 우리나라 장애인주간보호시설의 태동은 1993년 광주의 엠마우스 복지관의 장애인 재가서비스 프로그램입니다. 장애인의 주간보호라는 개념이 도입된 지 24년이 지났지만 장애를 가진 딸을 둔 아버지는 "아직 가야 할 길이 멀다"고 말합니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우리나라 장애인주간보호시설의 실태를 세 꼭지로 나눠 살펴봅니다.]



(광주=연합뉴스) 박철홍 기자 = 박모(54) 씨의 딸(21)은 네 살 때 뇌척수염이라는 질병을 앓은 후유증으로 정신지체 3급 장애인이 됐다.

몸은 자라 성인이 됐지만, 어린아이처럼 늘 누군가의 관심을 끌려고 했고 그런 욕구가 충족되지 않으면 폭력성이 나타났고 심할 경우는 자해까지 했다.

딸이 어릴 때 학교의 특수교육에 기대 키우던 박 씨는 딸 아이가 성인이 되자 고민에 빠졌다.

부모가 장애를 가진 자식을 두고 먼저 세상을 떠나는 안타까운 상황에 대비해 딸의 증상을 조금이나마 치료해 사회생활을 할 수 있게 하고 싶었다. 그러나 딸 아이를 치료해주거나 보호하며 사회성을 길러 줄 만한 곳은 어디에도 없었다.

박 씨는 주로 민간이 운영하는 주간보호시설이나 장애인 홈스테이 기관의 문을 두드려 봤다.

하지만 대부분 시설이 한정된 인원으로 운영하는 보호센터이다 보니 딸을 돌보기 힘들다며 며칠 만에 거절당하기 일쑤였다.

결국 딸을 보낼 곳은 사회에서 격리하는 정신병원밖에 없다는 사실에 박 씨는 또 한 번 좌절했다.

성인이 된 딸을 집에서 힘겹게 보살피던 중 이달 1일 광주 북구의 아파트 12층 베란다에 딸이 매달리는 일이 벌어졌다.

소방관과 경찰을 만나길 좋아하던 딸을 제지했다고 갑자기 베란다로 나가더니 매달린 것이다.

박 씨의 아내는 그런 딸의 팔을 붙잡고 약 15분을 버텼다.

이 사건 후 박 씨는 '딸 자살시도 사건으로 사회적으로 물의를 빚어 국민께 죄송하다'는 문장으로 시작하는 장문의 편지를 썼다.

편지에는 딸의 장애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조금이나마 행복한 가정을 이끌어 갈 수 있도록 혼신의 힘을 다했지만 현실의 벽에 가로막힌 한 가장의 애환이 담겨있었다.

박 씨는 딸에게 도움이 될만한 시설과 치료 프로그램이 있는지 지금도 찾고 있다.

그는 "항상 아내와 아이에게 미안한 마음을 가지고 살아가는 저의 소망은 딸의 특이 행동을 고칠 방법을 찾는 것"이라며 "딸을 도와줄 방법을 아는 분은 제발 도와달라"고 말했다.

이어 "장애를 가지고 있는 아이를 둔 가정의 가장 큰 바람은 자식보다 부모가 단 하루만 더 오래 사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pch80@yna.co.kr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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