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 쿠르드자치정부 9월 독립 찬반투표 실시

입력 2017-06-08 11:41
이라크 쿠르드자치정부 9월 독립 찬반투표 실시

중앙정부와 갈등 고조…구속력 없지만 자결권 강화에 탄력

(서울=연합뉴스) 박인영 기자 = 이라크 북부지역을 통치 중인 쿠르드자치정부가 이라크 정부로부터의 독립 여부를 결정하기 위해 찬반투표를 실시하기로 하면서 이라크 아랍계와 쿠르드족 간 갈등이 고조될 전망이다.

7일(현지시각)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는 쿠르드자치정부(KRG) 관계자를 인용, 쿠르드족의 독립 여부를 묻는 찬반투표를 실시하기로 했다고 보도했다.

이미 이라크 북부지역에서 상당한 자치권을 행사하고 있는 쿠르드자치정부는 최근 몇 달째 이라크 시아파의 반발에도 몇달 째 구속력 없는 주민투표를 실시하겠다고 밝혔었다.

쿠르드자치정부 관계자는 이번 투표가 바로 쿠르드자치정부의 독립으로 이어지지는 않겠지만 찬성이 다수일 것으로 예상되는 투표 결과를 통해 쿠르드족의 자결권을 놓고 이라크 정부와 협상할 때 우위를 점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는 최근 쿠르드자치정부와 이라크 정부가 극단주의 무장세력 IS(이슬람국가)의 이라크 내 마지막 거점인 모술 탈환을 앞둔 상황에서 다소 위험한 행보일 수도 있다고 신문은 전망했다.

이라크는 북부의 쿠르드계, 남부의 시아파 아랍계, 서부와 북부 일부의 수니파 아랍계 등 3개 민족이 인구 3천600만명을 이룬다.



그러나 수도 바그다드를 비롯해 쿠르드자치정부가 주민투표를 시행하고자 하는 키르쿠크 등 여러 지역은 쿠르드계와 아랍계 민족이 뒤섞여 있다.

쿠르드자치정부의 수반 마수드 바르자니의 선임고문인 헤민 하우라미는 트위터에서 국민투표를 오는 9월 25일 실시할 것이라며 "질문은 '당신은 쿠르디스탄 독립국을 원하는가?'이다"라고 밝혔다.

하우라미 고문은 트윗에서 투표가 실시될 지역 중에는 분쟁지역인 신자르, 카니킨, 마크무르와 키르쿠크가 포함된다고 밝혔다.

이미 이들 몇 개 지역에서는 최근 몇 년간 쿠르드자치정부의 군사조직인 페슈메르가와 시아파 민병대가 수차례 충돌한 바 있다.

이번 투표가 이라크 내에서 새로운 분쟁의 불씨가 될 잠재적 가능성이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정치적으로는 쿠르드자치정부는 이미 이라크 정부의 영향에서 벗어나 상당한 권한을 행사하는 상황이지만 석유 수출로 얻는 이익을 나눠 갖기 때문에 경제적으로는 여전히 이라크 정부의 영향을 받고 있다.

게다가 육지로 둘러싸인 쿠르드자치정부는 이웃 터키, 이란과의 교역에 의존하는데 양국 모두 이번 투표를 반대하고 있다.

국가가 없는 세계 최대 민족인 쿠르드족은 이라크와 시리아, 이란, 터키 등에 분포해 있다.

이런 이유로 이들 국가에서는 공식적인 독립을 향한 쿠르드자치정부의 행보에 영향을 받아 자국에서도 유사한 시도가 이뤄지지 않을까 경계하는 분위기다.

mong0716@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