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를린 이어 런던 테러범도 연관…伊당국 당혹감 속 선긋기

입력 2017-06-07 23:28
베를린 이어 런던 테러범도 연관…伊당국 당혹감 속 선긋기

베를린 테러범, 시칠리아 교도소서 극단화…런던 테러범, 이탈리아 국적자

(로마=연합뉴스) 현윤경 특파원 = 작년 12월 독일의 베를린 크리스마스 마켓을 대형 트럭으로 덮친 테러범에 이어 영국을 또다시 테러 공포로 몰아넣은 지난 3일 런던 브리지 테러범도 이탈리아와 긴밀히 연관된 인물로 드러나자 이탈리아 당국이 당혹감 속에 선 긋기에 나섰다.

프란코 가브리엘리 이탈리아 경찰청장은 7일 이탈리아 최남단 섬 람페두사에서 열린 남유럽 8개국 경찰청장 회의에 앞서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주의 통보를 전달받았음에도 불구하고, 런던 테러범 중 한 명인 유세프 자그바(22)를 감시하는 데 실패한 영국 당국을 이해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탈리아 당국은 작년 3월 이탈리아 북부 볼로냐 공항에서 터키를 거쳐 시리아로 가려던 이탈리아와 모로코 이중 국적자인 자그바의 계획을 적발한 뒤 그를 잠재적 테러 용의자로 분류해 그의 이름을 국제 정보망에 올리는 한편, 영국과 모로코 당국에도 통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가브리엘리 청장은 볼로냐 공항에서 자그바를 조사했을 당시 그의 휴대전화에서 이슬람 극단주의 웹사이트와 연관된 영상 등을 발견해 영국과 모로코에 경고를 전달했으나, 체포나 구금 등의 별도의 추가 조치를 취하지는 않았다고 설명했다.

그는 "단지 어떤 사람이 특정 인터넷 사이트를 방문했다는 이유만으로 기소할 수는 없는 노릇"이라며 "링크를 걸고, 의견을 교환하고, 이상을 논의하는 것 등은 우리의 핵심적인 자유의 일부분"이라고 강조했다.



그의 이런 발언은 이탈리아 당국이 당시 자그바를 상대로 강력한 조치를 취할 필요가 있었다는 영국 일각의 비판을 의식한 것으로 여겨진다.

가브리엘리 청장은 "이탈리아는 자그바와 관련해 영국에 통보한 기록을 갖고 있으며, 이 문제로 인해 하등의 비난받을 이유가 없다"며 "복잡한 상황을 다뤄야 하는 당국이 처한 괴로움과 어려움을 잘 이해하고 있으며, (영국 당국과)논쟁하는 것이 적절치 않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앞서 작년 12월19일 베를린 크리스마스 시장에서 트럭을 질주해 12명을 숨지게 하고, 약 50명을 다치게 한 뒤 도주 행각을 벌이다 이탈리아 밀라노에서 경찰에 사살된 아니스 암리(24) 역시 이탈리아 교도소 복역 도중 극단화돼 테러범으로 전락한 것으로 파악된 바 있어 이탈리아의 책임론이 불거지기도 했다.



튀니지 출신의 암리는 2011년 중동을 휩쓴 '아랍의 봄' 직후 이탈리아에 입국한 뒤 난민 센터에 불을 지른 혐의로 4년간 시칠리아 교도소에서 징역을 살았다.

이탈리아 당국은 암리가 복역할 당시 튀니지로의 송환 명령을 내렸으나 튀니지 측에서 암리를 자국민으로 인정하지 않으며 송환이 불발됐다. 암리는 결국 2015년 출소한 뒤 독일로 건너가 난민 신청을 했으나 거부됐다.

ykhyun14@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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