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시론] 사드 논란, 한미동맹 훼손까지는 가지 말아야
(서울=연합뉴스) 청와대가 7일 주한미군의 사드(THA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와 관련된 환경영향평가가 진행된다고 해서 이미 배치된 발사대 2기와 X-밴드 레이더를 철회할 이유가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대신 나머지 4기의 추가배치에 대해서는 "환경영향평가를 생략할 수 있을 정도로 긴급한 일은 아니라고 본다"면서 "환경영향평가가 끝나야 결정될 것"이라고 했다. 이미 배치된 것은 기정사실로 인정하되 추가배치는 '정당한 절차'를 밟아 결정하겠다는 뜻인 것 같다. 사드 배치는 국내 문제를 넘어 한미, 한중, 미중 간의 복잡한 셈법이 얽혀있는 사안이다. 현 상황에서 취할 수 있는 최선의 선택이었으면 좋겠다.
새 정부가 사드부지에 대해 '법령에 따른 적정한 환경영향평가'를 지시함으로써 1년 이상 소요되는 '일반 환경영향평가'가 유력시되고 있다. 청와대는 국방부가 환경영향평가를 약식으로 끝내려고 사드배치에 필요한 부지면적을 축소했다는 의혹을 거두지 않고 있는 듯하다. 사드 기지 전체 면적을 70만㎡로 계획하고도 1차 공여면적을 32만㎡로 잡은 것은 일반 환경영향평가를 피하려는 의도였다는 것이다. 반면 국방부는 공개 브리핑을 통해 환경영향평가법과 시행령에 따라 약식 환경영향평가를 진행했다고 밝혔다. 사업면적만 따지면 성주 사드부지는 약 10만㎡이고 따라서 그간 진행해온 소규모 환경영향평가에는 하자가 없다는 것이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가 이날 일반환경영향 평가 대상임을 거듭 확인했지만 법령 해석을 둘러싼 논란이 완전히 가라앉을지는 미지수다.
일반 환경영향평가가 진행되면 지역주민의 의견을 듣는 절차를 거쳐야 하는데 주민들이 요구하면 설명회나 공청회를 열어야 한다. 이는 환경영향평가법과 시행령에 규정돼 있는 사항이다. 군사기지가 들어서는데 지역주민의 의견을 듣는 것은 당연한 절차다. 다만 이 과정에서 지역주민의 의견을 수렴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사드 찬반단체의 정치적 대결장으로 변질하는 상황이 벌어지지 않을까 걱정이다. 이런 일이 생기지 않도록 관계 당국이 공청회 등 행사 준비를 세심히 진행했으면 한다.
청와대 관계자는 "미국이 자국령인 괌에 사드를 배치하는 과정도 환경영향평가 등을 거쳐 23개월 소요된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국내에서 유사한 절차를 거치는 데 상당한 시간이 걸릴 수 있음을 시사한 것 같다. 외교가에서는 새 정부가 '민주적·절차적 정당성'을 명분으로 미국의 양해하에 시간을 벌고 있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사드배치에 대한 중국의 이해를 구하고 남북관계 개선의 모멘텀을 찾기 위해 사드 추가배치를 서두르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성주 부지에 배치된 사드 발사대 2기와 X-밴드 레이더를 기정사실로 인정한 것도 이런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다만 이런 전략이 우리측 생각대로 먹혀들지는 확실하지 않다. 당장 미국은 "충분히 이해하고 신뢰한다"는 입장을 보이지만 언제까지 지속할지는 알 수 없다. 한미동맹이 우리 안보의 근간이라는 사실에 초점을 맞추고 지혜롭게 정세 관리를 해야 할 것 같다. 사드 발사대의 추가배치 문제가 한미동맹의 근간을 훼손하는 지경까지 비화하는 것은 피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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