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들어 죽겠는데 또"…AI에 춘천 닭갈비 상인들 '울상'

입력 2017-06-08 07:15
수정 2017-06-08 08:40
"힘들어 죽겠는데 또"…AI에 춘천 닭갈비 상인들 '울상'

점심시간에도 '썰렁'…재료비·인건비·임대료 걱정에 '한숨'

(춘천=연합뉴스) 박영서 기자 = "5월 돼서 조금씩 풀리기 시작했는데 AI 소식에 손님이 뚝 끊겼습니다."



두 달 만에 다시 발생한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로 인해 강원 춘천을 대표하는 명소인 '명동 닭갈비 골목'의 철판이 차갑게 식었다.

지난 7일 낮 12시. 스프레이 뿌리듯 얇은 빗방울이 떨어진 닭갈비 골목은 입구부터 정적이 감돌았다.

비가 내린 탓에 시내에 나온 시민도 적어 음울함마저 느껴졌다.

골목에 들어서자 몇 걸음도 채 안 돼 '임대' 현수막이 내걸린 닭갈비 업소가 눈에 들어왔다.

이미 오래전 영업을 중단한 듯 겉모습만 유지할 뿐 내부는 텅 비어 있었다.

명동 닭갈비 골목에는 20여 곳의 닭갈비 업소가 있으나 이날은 '첫째 주 수요일'인 탓에 골목 한쪽 업소들은 셔터를 내렸다.

상인들은 1년 전부터 매달 첫째 주, 둘째 주 수요일에 번갈아가며 휴업한다. 닭갈비 골목을 찾는 손님이 줄면서 짜낸 일종의 궁여지책이다.

그런데도 점심시간인 정오부터 오후 1시까지 골목을 찾는 사람은 손가락으로 여유 있게 셀 수 있을 정도로 적었다.

무얼 주워 먹는지도 모를 비둘기 한 마리가 사람 발자국에 놀라 달아날 때까지 한참이 걸렸다.



사드 여파에 따른 '한한령'(限韓令·한류 제한령) 탓에 중국인 관광객 발길이 줄어든 지도 오래다.

골목길은 닭갈비 냄새 대신 습한 공기가, '우리 집에서 먹고 가세요'라는 종업원들 목소리 대신 휑한 바람 소리만이 가득 채울 뿐이었다.

오랫동안 손님을 받지 못한 상인들은 텅 빈 식당에서 TV를 보며 무료함을 달래거나 이따금 식당 밖을 내다볼 뿐이었다.

골목 외 시내 곳곳의 다른 닭갈비 업소 역시 사정은 다르지 않았다.

한 상인은 "지난번 AI 이후로 조금 나아지는가 싶더니 다시 뚝 끊겼다. 골목에 들어오는 손님도 거의 없고 정말 힘들다"며 하소연했다.

다른 상인도 "육계(식용 닭) 농가에서는 AI가 발생하지 않았는데도 AI만 터지면 닭고기 소비를 꺼리는 탓에 타격이 이만저만이 아니다"고 넋두리했다.



전망도 밝지 않다. 지난 AI 사태를 겪으면서 닭갈비 1㎏당 가격은 8천원 안팎에서 9천원 안팎으로 이미 1천원 가량 올랐다.

상춧값도 오를 일만 남았다. 여름 장마철이 되면 고온과 습도에 잎이 물러지기 때문이다. 이때 비닐하우스에서 재배한 상추가 시장에 나오면서 상추 가격이 올라간다.

현재 춘천 지역 닭갈비 전문 업소는 290여 곳이다. 막국수 업소를 하며 닭갈비까지 파는 곳을 합치면 340여 곳이다.

춘천 닭갈비협회 관계자는 "재료 원가, 인건비, 공과금, 임대료 등 다 빼고 나면 남는 것도 없다"며 "제때 임대료를 내지 못하는 업소도 있어 닭갈비 업소가 줄어들 것 같다"고 우려했다.

이 관계자는 "닭고기는 익혀 먹으면 전혀 문제가 없으니 닭고기에 대한 소비자들의 인식이 개선됐으면 한다"고 강조했다.

conanys@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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