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확산에도 유정란 독감 백신 제조사 '느긋'

입력 2017-06-08 06:11
AI 확산에도 유정란 독감 백신 제조사 '느긋'

녹십자·일양약품 생산 막바지…"AI 반복되면 장기적 부담"

(서울=연합뉴스) 김잔디 기자 = 조류인플루엔자(AI)가 또다시 전국으로 확산할 조짐을 보이고 있지만 계란(유정란)으로 독감 백신을 만드는 국내 제약사들의 표정은 느긋하기만 하다.

계절을 앞서 가는 독감 백신 업계의 특성상 사실상 생산 막바지 단계에 접어들었기 때문이다. 독감 백신은 대개 가을에서 초겨울에 접종해 늦어도 8월 대부분의 생산이 종료된다.

8일 제약업계에 따르면 녹십자는 최근 식품의약품안전처에 올해 국내에 공급할 독감 백신의 국가출하승인을 신청했다.

국가출하승인은 백신, 혈액제제 등과 같은 보건위생상 특별한 주의가 필요한 제품에 대해 식약처가 유통 전 품질 적합 여부를 판별하는 일종의 국가검정이다. 국가출하승인을 통과해야만 시중에 판매할 수 있다.

녹십자는 다음 달 국가출하승인을 통과하는 첫 제품이 나올 것으로 보고 있다. 나머지 제품은 순차적으로 신청할 예정이다.

녹십자 관계자는 "올해 공급할 독감 백신은 이미 생산이 많이 완료돼 최근 확산하는 AI의 영향은 없다"며 "자체 운영하는 양계 농장과 백신 생산 공장의 방역에 만전을 기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말부터 AI가 확산하고 최근 다시 감염 사례가 잇따르자 유정란을 주원료로 하는 독감 백신 업계의 생산에 관심이 쏠렸지만, AI와는 무관하다고 선을 그은 것이다.

유정란은 독감 백신 1도즈(doze·1회 접종분) 만드는 데 1, 2개가 소요될 만큼 주요 원료다. 전 세계 독감 백신의 99%가 유정란에 독감 바이러스를 주입한 뒤 배양하는 방식으로 생산된다. 이 때문에 AI가 확산할 때마다 독감 백신의 생산 문제도 함께 거론돼왔다.

유정란을 외부에서 조달하는 일양약품 역시 이달에는 독감 백신의 생산이 종료될 예정이어서 AI의 영향은 없다고 밝혔다.

이미 3년 치 유정란을 선계약으로 공급받기 때문에 수급 문제나 유정란 가격 상승에 따른 원가 변동은 없다는 입장이다.

백신 업계 관계자는 "독감 백신의 경우 대부분 생산을 마무리한 단계여서 현재 AI에는 큰 영향을 받지 않을 것"이라며 "다만 매번 반복되는 AI 확산이 장기적으로는 부담될 수 있다"고 말했다.

국내에서 독감 백신을 자체 생산하는 제약사는 녹십자, 일양약품, SK케미칼[006120] 세 곳이다. 이 중 SK케미칼은 동물 세포를 배양해 독감 백신을 생산하므로 유정란을 사용하지 않는다.



jandi@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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