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타르 단교' 사태에 기름붓는 트럼프…미국서 비판 고조
트럼프, 트위터 통해 사우디 일방적으로 편들고 카타르 비난
공화당 의원들도 "생각 없는 외교" 비판…정부·백악관은 뒷수습하느라 진땀
(서울=연합뉴스) 강건택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카타르 단교' 사태에 기름을 붓는 발언을 쏟아내면서 미국 내에서 비판론이 고조되고 있다.
특히 중동 우방들 사이의 첨예한 외교 사안을 놓고 한쪽의 손만 들어주는 거침 없는 행보에 내각과 참모들이 그 뒤처리를 하느라 골머리를 앓는 모습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6일(현지시간) 트위터에 "중동 방문 때 내가 '급진 이데올로기에 대한 자금 지원은 더는 없을 것'이라고 공언했다. (당시) 정상들이 모두 카타르를 지목했다. 봐라!"라고 적었다.
이어 "사우디아라비아 국왕과 50개국 지도자를 만난 사우디 방문이 이미 성과를 내는 것을 보니 기쁘다. 그들은 극단주의에 대한 자금 지원 문제에 강경한 입장을 취할 것이라고 말했다"며 "모든 것이 카타르를 지목했다. 이것(카타르 단교)이 테러리즘의 공포를 끝내는 일의 시작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단교를 주도한 사우디를 지지하고, 카타르를 일방적으로 비난한 이 글은 미국과 카타르의 오랜 전략적 군사 동맹관계를 간과한 것이라는 비판을 불러왔다.
카타르 알우데이드 공군기지는 중동 지역 최대 규모의 미 공군기지로 이라크, 시리아, 아프가니스탄 등에 대한 공습을 이곳에서 조율한다. 따라서 카타르와의 관계가 틀어지면 미국이 주도하는 수니파 극단주의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 격퇴전에 차질을 빚을 수도 있다.
공화당 소속인 린지 그레이엄(사우스캐롤라이나) 상원의원은 "카타르와는 여러 잡다한 문제가 있다"며 "그들이 테러 조직과 한통속이었던 것은 분명하지만, 우리는 거기에 커다란 공군기지를 갖고 있다"고 지적했다.
역시 공화당 소속인 밥 코커 상원 외교위원장은 기자들로부터 트럼프 대통령의 트위터 내용을 전해 듣고 "대통령이?"라고 반문한 뒤 5초간 말을 잇지 못했다고 미 의회전문지 '더 힐'이 전했다.
조지 W 부시 행정부에서 국가안보회의(NSC) 법률담당 보과관을 지낸 존 벨린저도 워싱턴포스트(WP)와의 인터뷰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트윗이) 국방부와 카타르 사이의 극히 중요한 관계를 잠재적 위협으로 내몰았다"고 비판했다.
버락 오바마 정부에서 국무부 차관보를 지낸 P.J. 크롤리는 "트럼프 대통령은 마음속에 떠오르는 말을 결과에 대한 고민 없이 즉각 내뱉는다"며 "이런 절제력 부족은 미국의 리더십에 심대하고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AP통신은 "트럼프 대통령이 사우디와 단교 가담 국들의 편을 들어줌으로써 미국을 중동 우방들 사이의 불안정한 위기 속으로 밀어 넣었다"고 평가했다.
게다가 카타르는 미국에 수십억 달러를 투자하고 있어 이번 사태를 계기로 카타르 경제가 위축되거나 보복 조치를 할 경우 미국에도 타격이 올 수 있다.
아울러 트럼프 대통령이 최근 사우디 방문에서 1천100억 달러(약 123조 원) 규모의 무기 판매를 성사시켰다는 점, 그 과정에서 사우디가 대미 로비를 위해 워싱턴의 트럼프 호텔에 투숙하면서 쓴 돈이 27만 달러(약 3억 원)에 이른다는 점도 트럼프 대통령의 개입에 대한 곱지 않은 시선을 키우고 있다.
이런 가운데 트럼프 대통령의 '트위터 외교'를 뒷수습하느라 관련 부처와 백악관이 동분서주하고 있다고 WP는 꼬집었다.
숀 스파이서 백악관 대변인은 "여전히 미국은 단교 사태가 가라앉고 즉각 해결되기를 원한다"고 논평했고, 미 국방부는 카타르에 공군기지 지원에 대한 감사의 뜻을 전달하는 논평을 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짐 매티스 미 국방장관은 이날 카타르 국방장관과 직접 통화하기도 했다.
헤더 노어트 미 국무부 대변인은 "카타르가 테러와의 전쟁에서 진전을 이뤘으나 더 해야 할 일이 많다"고 지적하면서도 "미국과 카타르의 관계는 굳건하다. 미국은 테러와의 전쟁에서 카타르와 계속 협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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