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총선 결과가 지구촌에 중요한 까닭은
브렉시트 성격 갈림길…통상·안보·이데올로기에 영향
(서울=연합뉴스) 박인영 기자 = 오는 8일 영국 하원의원 선거를 앞두고 세계의 눈과 귀가 영국을 향하고 있다.
이번 총선이 영국을 넘어 세계에 중요한 의미를 지니는 까닭은 일단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의 방향이 좌우될 수 있다는 데 있다.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는 EU와의 탈퇴 협상을 앞두고 압승으로 국민 공감대를 형성, 강력한 협상권을 손에 넣고자 재신임 절차로서 조기총선을 요청했다.
그 때문에 메이 총리가 이끄는 집권 보수당의 성적에 따라 앞으로 펼쳐질 브렉시트 그림이 달라질 수 있다.
7일(현지시각)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도 이번 총선에서 노동당과 보수당 중 어느 당이 다수 의석을 확보하느냐에 영국 진로가 달렸다고 진단했다.
EU를 떠나는 영국은 세계 각국과 통상 관계, 자국 법규, 국경과 관세 체계를 완전히 다시 정비해야 한다.
보수당, 노동당 모두 국민투표 결과에 따라 브렉시트 절차를 밟겠다고 선언한 만큼 탈퇴는 예정대로 진행될 예정이다.
다만 EU와의 향후 관계와 관련한 보수당과 노동당의 성향이 무척이나 달라 어느 쪽이 힘을 얻느냐에 따라 브렉시트의 결론이 달라질 수 있다.
보수당은 EU가 보장하는 단일시장과 관세통맹에서 완전히 떠나는 '하드 브렉시트'를 표방하지만 노동당은 더 부드러운 접근법을 보이고 있다.
보수당은 공약을 통해 "나쁜 합의보다 아예 합의하지 않는 게 영국 입장에서 낫다"는 말을 되풀이하며 영국을 '리셋'하겠다는 입장을 취하고 있다.
반면 제러미 코빈 당수가 이끄는 노동당은 EU 단일시장과 관세동맹의 혜택을 유지하는 것을 우선순위로 내걸었다.
나아가 노동당은 나중에 도출될 브렉시트 최종 합의안이 의회 표결을 거치도록 하는 법안을 만들어 탈퇴를 사실상 저지할 수 있도록 한다는 입장도 밝히고 있다.
영국이나 EU는 기본적으로 아직 브렉시트가 구체적으로 어떤 의미를 갖게 될지는 아무것도 결정하지 못한 상황이다.
유럽연합을 탈퇴한 영국이 보호무역주의를 채택할 것인지, 정부의 역할이 줄어들거나 더 늘어날지 등 아무것도 정해진 게 없다.
한 가지 확실한 점은 이번 총선을 통해 신임을 얻을 정권이 브렉시트의 성격을 만들어 가는 데 더 큰 영향력을 지니게 될 것이라는 사실이다.
FT는 지구촌 좌우 이데올로기의 격전장으로도 이번 영국 총선을 주목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영국은 최근 수십 년간 이번 총선에서처럼 이념적으로 극명하게 갈리는 선택에 직면한 적이 없다고 신문은 전했다.
1990년, 2000년대에 보수, 노동당은 토니 블레이어 노동당수의 '신 노동 노선'으로 중도층을 놓고 경쟁했다.
그러나 코빈 대표의 등장과 함께 노동당은 1983년 이후 가장 좌파적인 노동당 공약을 제시하고 있다.
메이 총리도 과거 노동당 공약을 일부 차용하기는 했으나 공공지출 등을 둘러싼 양당의 이데올로기 차는 현격히 넓어졌다.
노동당이 집권한다면 법인세와 부유세 인상으로 과세 수준이 전시를 제외하고는 영국 사상 가장 높아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반면 보수당이 정권을 유지한다면 긴축재정이 5년 이상 긴축정책이 시행될 것이며 영국 공공 서비스가 위기에 처할 것이라는 예측이 제기되고 있다.
영국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이자 핵보유국으로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 동맹국이면서 미국, 유럽 국가들과 중요한 관계에 있는 국가다.
이런 면에서 G7(주요 7개국) 회원국으로서 영국의 행보는 각국 투자자와 교역국, 동맹국에 지대한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고 FT는 지적했다.
신문은 오는 8일로 예정된 영국 총선이 1979년 첫 여성 총리에 오른 마거릿 대처의 승리나 1997년 토니 블레어 전 총리의 영국 의정 사상 최대 승리처럼 영국을 넘어 이 시대의 흐름에도 영향을 미치게 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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