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눔의집' 배지 단 강경화…몸 낮추며 답변은 '또박또박'(종합)
위장전입·탈세 의혹엔 "판단 매우 부족했다…대단히 죄송"
사드 등 갈등현안에 "앞으로 검토" 답변 반복하다 질타받기도
(서울=연합뉴스) 설승은 기자 = 강경화 외교부 장관 후보자는 7일 국회에서 열 인사청문회에서 차분한 태도로 또박또박 답변을 이어가면서도 자신을 둘러싼 위장전입과 탈세 의혹에는 한껏 몸을 낮췄다.
강 후보자는 이날 왼쪽 가슴에 위안부 피해자를 상징하는 소녀 형상의 배지를 달고 출석했다. 강 후보자는 배지를 어디서 얻었는지를 묻는 원혜영 의원의 질문에 "지난주 금요일 나눔의집을 방문했을 때 할머니께서 달아주셨다"고 답했다.
이 배지는 이달 2일 강 후보자가 위안부 피해자들의 쉼터인 나눔의집을 방문했을 때 이옥선 할머니가 손수 달아준 것이다.
강 후보자는 "배지를 주신 할머니 마음을 기억하고, 공관에 초청해서 식사 대접하고 대통령도 만나주실 것을 부탁드리겠다"며 "(한일) 양 장관이 구두로 발표해서 법적 구속력도 없다"고 위안부합의의 문제점을 거듭 지적했다.
강 후보자는 이어 위장전입 의혹 등과 관련해 "과거 저와 제 가족의 사려 깊지 못한 처사로 물의를 일으킨 데 대해 매우 죄송스럽게 생각하며 깊이 사과드리겠다"며 고개를 숙였다.
또한, 야당 의원들의 잇따른 추궁에 "이 자리를 빌려 진심으로 심심한 사과를 드린다. 공직자로서 판단이 매우 부족했다. 대단히 죄송하게 생각한다"고 거듭 사과했다.
하지만 남편의 거제도 부동산 의혹 등 다른 의혹에는 "관여한 바 없다"거나 "남편이 결정한 것", "몰랐다"고 말하며 선을 그었다.
강 후보자는 세금 탈루를 지적하는 윤영석 의원의 질의를 받다가 "너무 죄송하게 생각한다"면서도 맏딸인 자신은 친정부모를 봉양하고 있고 남편과 재산관리를 별도로 하고 있어 서로의 납세의무를 잘 몰랐다고 해명했다.
박사학위 논문 표절 의혹에도 역시 사실무근이라고 답했다.
이주영 의원이 6단어 이상 다른 논문과 내용이 연속 일치하면 표절로 간주한다는 기준을 아는지를 묻자 "지금은 그런 기준이 있지만 제가 박사학위 논문을 쓴 1984년에는 그런 기준이 없었다"고 답했다.
강 후보자의 논문에서 별다른 각주나 인용표시 없이 35개 단어가 연쇄적으로 타 논문과 일치한다는 이 의원의 거듭된 지적에는 "죄송하다"면서도 "수백 페이지 논문을 쓰는 과정에서 부분적으로 그런 부분은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표절심사기관인 미디어워치와 같은 툴을 사용했을 때 통상적으로 들어가는 판권에 대한 경고 메시지를 빼면 (타 논문과 일치하는 부분은) 전체의 1% 미만으로 나왔다"고 해명했다.
강 후보자는 "트럼프와 만났다고 가정하고 사드 현안에 대한 입장을 설명해보라"는 원유철 의원의 거듭된 질의에는 빙그레 웃은 뒤 답변을 이어가 눈길을 끌었다.
야당의 질문 공세에도 강 후보자는 말투나 목소리, 표정 등에 큰 변화를 보이지 않았다. 증여세 탈루 등을 꾸짖는 홍문종 의원의 맹공에는 "책임을 통감하고 억울하다는 생각은 안 한다"며 오히려 "자성의 기회가 됐고 이 기회에 내지 못한 세금을 낼 수 있어 감사하게 생각한 부분도 있다"고 말했다.
다만 사드처럼 민감한 외교 현안에 대해서는 "앞으로 장관이 되면 면밀히 검토해보겠다"는 식으로 두루뭉술하게 답변하는 모습이었다.
강 후보자는 사드 문제와 관련해 미국과 중국을 어떻게 설득할 것인지를 묻는 원유철 의원의 질문에는 "유엔에서 근무할 때 주 업무가 주요국을 설득하는 일이었다"고 유엔시절 자신의 업무를 장황히 설명해 재차 같은 질문을 받았다.
사드보복에 나선 중국을 설득하는 방법에 대해선 "적극적이고 깊이 있는 대화가 필요하며 중국 우려가 뭔지는 아직 우리가 파악을 못했다"고 답해 원유철 의원에게서 "사드 문제 파악을 제대로 못했다"는 질타를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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