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정부 한달] 교류손짓에 北 싸늘…남북관계 복원 시간걸릴듯

입력 2017-06-08 05:00
수정 2017-06-08 06:33
[문재인정부 한달] 교류손짓에 北 싸늘…남북관계 복원 시간걸릴듯

정부 "제재 훼손 않으면 민간교류 유연 검토"…대북접촉 잇단 승인

北 "6·15공동선언 이행부터" 압박…'길들이기' 시도 분석도 나와

(서울=연합뉴스) 이정진 기자 = 문재인 정부는 출범 한 달간 보수정권에서 9년간 줄곧 내리막길을 걷다 사실상 완전히 단절된 남북관계의 정상화를 위한 시동을 걸었다.

새 정부의 대북정책 기조는 "남북관계 단절은 한반도 안정에 바람직하지 않다"는 판단 아래 "남북관계 주요 사안은 대북제재 틀을 훼손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유연하게 검토해 나간다"는 것으로 요약할 수 있다.

정부는 이 원칙에 따라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이 여전히 엄중한 상황에서도 대북제재와 관계없는 분야부터 남북관계 회복을 조심스럽게 모색하고 있다.

그 시작은 미국 등 다른 나라에서도 이미 하고 있는 인도적 지원과 사회·문화 등 민간 교류다.

통일부는 지난달 26일 북측과 말라리아 공동방역 등을 논의하기 위한 우리민족서로돕기운동의 대북접촉을 승인한 것을 시작으로 지금까지 인도지원·사회문화 교류 목적의 대북접촉 15건을 승인했다.

민간 교류 활성화를 통해 남북 간 화해 분위기가 어느 정도 정착되면 당국 간 대화의 기회도 생길 것이라는 기대도 깔렸다.



그러나 북한은 우리 정부의 손짓에 즉각 호응하지는 않는 분위기다.

북한은 새 정부 출범 이후에도 미사일 도발을 거듭하더니 민간단체의 지원·방북 제안도 거부했다. 북측은 지난 5일 우리 민간단체에 보낸 팩스에서 유엔의 대북제재와 이에 동참하는 우리 정부의 태도를 문제 삼았다. 대북 압박과 대화의 병행 방침을 밝힌 문재인 정부에 양자택일을 하라는 압박인 셈이다.

북한은 6일 관영 매체를 통해 속내를 더 노골적으로 드러냈다.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보수패당이 단절시켰던 일부 인도적 지원이나 민간 교류를 허용한다고 하여 북남관계가 개선된다고 볼 수는 없다"면서 "6·15 공동선언과 10·4 선언에 대한 입장과 태도는 북남관계 개선을 바라는가, 아니면 동족대결을 추구하는가를 가르는 기본 척도"라고 주장했다.

이런 북한의 태도는 새 정부가 출범할 때마다 보였던 전형적인 '길들이기' 시도라는 분석도 나온다.

통일부의 한 관계자는 "북한은 우리 새 정부가 출범할 때면 초기에 남북관계에서 주도권을 쥐기 위해 흔드는 모습을 보여왔다"면서 "북한의 주장에 일희일비하지 않고 원칙에 따라 남북관계 복원을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북한은 남북관계 개선에 대한 우리 정부의 '진정성'을 6·15 남북공동행사에 대한 허용 여부로 우선 판단할 것으로 예상된다.

북한은 대북 인도적 지원 단체들과 종교단체들의 방북·지원을 모두 거부하면서도 6·15공동선언실천 남측위원회(이하 남측위)가 추진하는 6·15공동행사에 대해서는 협의를 계속 진행하고 있다.

남측위는 당초 6·15공동행사를 개성에서 개최하자고 제안했지만, 북측이 평양 개최를 고집하자 이를 받아들이기로 했다.

남측위는 대표단 명단과 행사 내용 등 세부안에 대해 북측과 추가 협의를 거쳐 조만간 정부에 '평양 공동행사'를 위한 방북신청을 할 예정이다.

통일부 관계자는 "사업의 목적과 남북관계 개선에 미치는 영향, 국제환경 등의 차원에서 승인 여부를 검토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6·15 공동행사의 성사 여부에 단기적인 남북관계 흐름이 좌우될 것으로 보이지만 정부 내 기류는 '불허' 쪽으로 기울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우선 행사 장소가 정치적 논란을 불러올 가능성이 큰 평양으로 결정된 점이 부담이다. 대북제재가 한창인 상황에서 아무리 제재와는 관계없다 해도 평양에서 남북 공동행사가 진행되면 국제사회에 잘못된 메시지를 줄 수 있고 '남남갈등'도 불러올 수 있기 때문이다.

북한이 다른 민간 교류는 모두 차단한 채 6·15공동행사 개최만 요구하는 상황에서 이를 수용하면 '북한에 일방적으로 끌려다닌다'는 지적이 나올 수밖에 없다는 부분도 정부의 선택지를 좁게 만든다.

이에 따라 꽁꽁 얼어붙었던 남북관계에 다시 훈풍이 불려면 어느 정도 시간이 필요할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고유환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는 "6·15 공동행사를 허용했다가는 자칫 향후 남북관계 개선 과정에서 더 큰 걸림돌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면서 "6·15까지 일주일밖에 남지 않은 상황에서 정부가 서두를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transil@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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