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인 강제이주 발자취 기록한 'Colors of Arirang' 출간
이정면 美유타대 명예교수 등 2년간 답사내용 책으로 펴내
(서울=연합뉴스) 강성철 기자 = 고려인 강제이주 80주년을 맞아 연해주와 중앙아시아 고려인의 발자취를 답사한 내용을 담은 'Colors of Arirang'(이지출판사, 256쪽)이 최근 출간됐다.
'아리랑 로드 10만㎞ 대장정의 기록'이라는 부제의 이 책은 남북한과 중앙아시아 지역 아리랑을 다른 책(Arirang of Korea, 2013년)을 통해 소개했던 이정면(92) 미국 유타대 명예교수와 사회사업가 류승호(72), 사진작가 류승률(67), 작가 서용순(58) 씨 등 4명이 2014년부터 2016년까지 국내외 고려인의 거주지를 찾아 나선 내용을 사진과 글로 담았다.
이 교수는 "153년의 이주역사를 가진 고려인은 1937년 러시아 연해주에서 중앙아시아 각지로 강제이주 되었고 구소련 붕괴 후 또 여러 나라로 흩어지는 등 여전히 이산의 아픔을 겪고 있다"며 "이들이 이역만리 타향살이의 고달픔을 달랬던 민족의 노래 '아리랑'의 흔적을 찾아서 기록한 내용"이라고 소개했다.
답사대는 광주시 고려인 마을과 인천·수원·파주 등 영주귀국 사할린 한인 주거지 등을 찾아가 인터뷰하는 것을 시작으로 러시아 하바롭스크·우수리스크·블라디보스토크·사할린과 강제이주 철길의 주요 도시를 답사했고 이어 우즈베키스탄, 카자흐스탄, 키르기스스탄 등의 고려인 주거지도 둘러봤다.
독립운동가였던 계봉우 선생과 홍범도 장군 묘지, 강제이주 첫 정착지 우슈토베, 우즈베키스탄에서 노력영웅 칭호를 받았던 김병화박물관, 강제이주 1세대를 돌보는 아리랑요양원, 망향의 한이 서린 사할린 코르사코프 등 고려인이 사는 마을 곳곳을 방문해 지금도 즐겨 부른다는 아리랑을 채록하기도 했다.
서 작가는 "고려인은 대부분 우리말을 잊었음에도 아리랑만큼은 정확하게 불렀다. 우리는 대부분 1절만 아는데 이들은 4절까지 부르는 것에 깜짝 놀랐다"며 "노래에서 고국과 고향을 잊지 않으려는 마음과 슬픔을 견뎌온 힘이 느껴졌다"고 감흥을 전했다.
1만 컷 이상의 사진을 찍었다는 류 작가는 "우슈토베에는 간단한 비석과 안내문만이 첫 정착지라는 것을 알려줄 정도로 강제이주의 역사가 제대로 보존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 안타깝다"며 "오늘날 주류사회로부터 인정받으며 한국과 거주국의 가교 역할을 하는 고려인의 역사를 보존하는 일이 시급하다는 것을 느꼈다"고 말했다.
이들은 답사 사진 가운데 60여 점을 모아 7일부터 13일까지 서울 종로구 인사동 토포하우스 2층 전시실에서 'Colors of Arirang 사진전'을 연다. 이 교수는 "아직도 알려지지 않은 고려인의 아리랑이 곳곳에 남아있기에 하반기부터 제2의 대장정을 시작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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