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돌아갈 곳은 문학이라는 집"…황석영 자전 '수인' 출간
(서울=연합뉴스) 김계연 기자 = "나는 집으로 돌아가고 싶었다. 결국 내가 돌아가야 할 곳은 문학이라는 집이었다. 세상의 뒤안길을 떠돌며 노심초사하다가도 퍼뜩 정신이 들면 나는 늘 집을 그리워하고 있었다."
소설가 황석영(74)이 자신의 삶을 되돌아본 자전(自傳) '수인'(문학동네)을 펴냈다. 원고지 4천매, 책으로 두 권 분량에 유년 시절부터 베트남전쟁 참전, 광주민중항쟁, 방북과 망명, 옥살이에 이르는 파란만장한 생애를 담았다.
1943년 만주 창춘(長春)에서 태어난 황석영은 평양 외가를 거쳐 1947년 월남, 서울 영등포에 정착했다. 1962년 단편 '입석 부근'으로 사상계 신인문학상을 수상하며 문단에 이름을 알린 작가는 1966년 해병대에 입대하고 베트남전쟁에 파병된다. 참전 경험은 장편 '무기의 그늘'(1988)의 토대가 된다.
1985년에는 5·18 광주민중항쟁에 관한 최초의 체계적 기록물로 꼽히는 '죽음을 넘어 시대의 어둠을 넘어'(넘어넘어)를 펴낸다. 광주·전남 지역 민주화운동단체들이 자료수집과 집필에 참여했지만 황석영만 대표저자로 적었다. 한해 전 10권짜리 대하소설 '장길산'을 완간하며 이름난 작가여서 수사기관도 함부로 대하지 못할 거라는 생각이었다.
안기부는 '넘어넘어'를 출간해 유치장에 구금된 황석영을 서독으로 보낸다. 분단된 독일을 방문한 경험은 그의 세계관에 큰 영향을 미쳤고, 마침내 방북과 망명 생활로 이어진다.
"'그러면 당신은 조국의 분단을 그냥 운명이라고 체념하고 살아갈 것인가?' 나는 그 질문을 오랫동안 되새겼다. (…) 이 경계를 어떻게 해서든 넘어서지 않으면 나는 더이상 작가도 뭣도 아니었다."
베를린장벽이 무너지던 1989년 조선문학예술총동맹 초청으로 방북한 황석영은 독일·미국 등지를 떠돌다가 1993년 4월 귀국 직후 체포됐다. 그는 징역 7년형을 선고받고 1998년 3월까지 옥살이를 했다.
책은 작가의 삶을 시간 순서로 따라가지 않고 감옥에서 보낸 5년과 바깥에서의 삶을 번갈아가며 서술한다. 귀국 직후 체포된 작가가 설렁탕을 앞에 놓고 안기부 수사관들과 기싸움을 벌이는 장면에서 시작해, 김대중 전 대통령의 특별사면으로 출소하던 날 끝난다.
"시간의 감옥, 언어의 감옥, 냉전의 박물관과도 같은 분단된 한반도라는 감옥에서 작가로서 살아온 내가 갈망했던 자유란 얼마나 위태로운 것이었던가. 이 책의 제목이 '수인囚人'이 된 이유가 그것이다."
'수인'은 작가가 2004년 일간지에 연재한 자전적 소설 '들판에 서서 마을을 보네'를 대폭 개작하고 보탠 것이다. 당시 소설은 작가가 '장길산' 집필을 위해 해남으로 내려간 1976년에서 멈췄다.
작가는 "소설 이외의 글은 되도록 쓰지 않는다는 원칙이 있었고 더구나 나 개인에 관한 이야기를 늘어놓기가 싫었다"면서도 "지난 한 해 동안 온전히 나 자신을 돌아보며 성찰하는 시간을 갖게 된 것은 늘그막에 값진 경험이었다"고 썼다. 1권 496쪽, 2권 464쪽. 각권 1만6천5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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