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슬람혐오에 호주 전총리 가세…"테러방지 역효과" 우려
애벗 전 총리 "이슬람 혐오증이 누군가를 죽이지 않았다"
(시드니=연합뉴스) 김기성 특파원 = 최근 런던 테러 후 호주에서 이슬람혐오를 심화할 수 있는 정치권 유력 인사들이 발언이 이어지면서 테러방지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이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전임 총리인 토니 애벗 연방 하원의원은 런던 테러 이후인 지난 5일 세계 지도자들에게 과격한 테러에 맞선 적극적인 대처를 촉구하며 암묵적으로 이슬람 혐오증을 지지하는 태도를 보였다.
강경 보수 성향의 애벗 전 총리는 "우리는 굴복의 마음가짐, 패배주의, 그리고 관료집단에서 종종 나타나는 '이슬람 혐오증(Islamophobia)은 거의 이슬람 테러리즘처럼 큰 문제'라는 개념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강조했다.
애벗 전 총리는 이어 "이슬람 혐오증이 어느 누군가를 죽이지는 않았고, 이슬람 테러리즘은 지금 수많은 사람을 죽였다. 이것이 바로 모든 수준에서 가장 강력하고 가능한 대책이 있어야 하는 아주 중요한 이유"라고 덧붙였다.
극우정당 '하나의 국가'당 지도자인 폴린 핸슨 연방 상원의원도 맬컴 턴불 총리를 향해 미국처럼 무슬림의 호주 이주를 잠정적으로 금지하는 문제를 진지하게 검토하라고 요구했다.
핸슨 의원은 총리에게 서한을 보내 그동안 호주 정부는 이슬람 테러리즘의 강화와 확산을 저지하기 위한 일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고 지적하고 무슬림의 잠정 이주 금지, 아니면 최소 더욱 엄격한 심사를 촉구했다.
핸슨 의원은 호주 전역의 이슬람 사원에서 일어나고 있는 급진화에 계속 눈을 감는다면 영국이나 세계 다른 나라에서 벌어지는 테러를 겪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러나 최근 테러가 자주 발생하는 틈을 타 발언권을 강화하는 강경보수 인사들의 발언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이어지고 있다.
특히 호주 안보 소식통들은 테러방지에 호주 내 무슬림 사회가 큰 역할을 하고 있다며 역작용을 우려하고 있다고 일간 오스트레일리안 파이낸셜 리뷰(AFR)는 7일 보도했다.
2014년 9월 이후 12차례의 테러 음모를 적발했는데, 이들 중 11건이 이슬람 극단주의자들이 계획한 것이고 무슬림 사회의 정보로 여러 건을 사전에 차단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턴불 총리도 애벗의 발언 뒤 "호주 내 싸움에서 우리가 가진 가장 중요한 수단은 정보"라며 전임자인 애벗을 간접적으로 비판했다.
허핑턴포스트 호주판은 지난 1월 캐나다 퀘벡의 이슬람 사원에서 무슬림을 겨냥한 총기 난사로 6명이 숨지는 등 세계 32개국에서 이슬람혐오와 관련한 거의 200건의 사건이 있었다며 애벗의 발언이 부정확하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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