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방문 英총선 쟁점화…"뭘 했다고 국빈이냐" 비난
(서울=연합뉴스) 김정은 기자 = 영국 조기 총선이 하루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국빈방문이 다시 한 번 정치적 쟁점으로 떠올랐다.
사디크 칸 런던 시장은 총선을 이틀 앞둔 6일(현지시간) AFP 인터뷰에서 앞서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가 트럼프 대통령에게 국빈방문을 요청한 것은 "시기상조"였다면서 초청을 철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칸 시장은 "국빈방문은 공로와 업적이 있는 세계 지도자들에게 주어지는 것"이라면서 "도널드 트럼프가 무슬림의 입국을 금지하고, 미국의 오랜 난민 정책을 바꾸고, 많은 영국인이 트럼프의 많은 정책에 동의하지 않는 상황에서 우리는 국빈방문이 이뤄지도록 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칸 시장은 미국과 영국은 "가까운 동맹국"으로 계속 협력해야 하지만, "특별한 관계에서는 역경의 시기에는 협력하고, 상대가 틀렸을 때는 틀렸다고 말한다. 나는 많은 점에서 트럼프가 틀렸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영국 정부는 이 같은 주장을 일축했다.
메이 총리는 영국 일간 '더 선'에 트럼프 대통령의 연내 국빈방문이 예정대로 추진되느냐는 질문에 "그렇다"고 답했다.
보리스 존슨 외무장관도 BBC 라디오에 "초청은 이미 이뤄졌고, 수락됐다"면서 "이를 변경할 이유가 없다고 본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런던 테러에 대한 트워터 발언 때문에 적지 않은 영국인들로부터 반발을 사고 있다.
칸 시장이 지난 3일 런던 테러가 발생한 뒤 공식성명을 통해 "우리는 테러리즘에 절대 겁먹지 않을 것이다. 불안해할 이유가 하나도 없다"고 밝히자 트럼프 대통령은 다음날 트위터를 통해 "적어도 7명이 사망하고 48명이 다친 테러 공격에서도 런던시장은 불안해할 이유가 하나도 없다고 말한다"고 공격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불안과 공포를 조장한다는 지적 속에 메이 총리도 "칸 시장에게 한 말은 틀렸다"는 입장을 이날 밝혔다.
잇따른 테러 때문에 안보가 총선에서 초미의 의제로 떠오른 가운데 이 같은 논란 때문에 트럼프 대통령의 국빈 자격은 다시 논쟁에 휘말렸다.
트럼프 대통령의 국빈방문에 대한 반대 여론은 이미 지난 1월 초청 직후부터 불거졌다.
메이 총리는 지난 1월 27일 백악관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한 후 공동 기자회견에서 엘리자베스 2세 영국 여왕이 연내 트럼프 대통령의 영국 국빈방문을 요청했다고 밝혔고, 트럼프 대통령은 방문을 약속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한 지 일주일 만에 이뤄진 국빈방문 요청에 영국 내에서는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로 국제적 영향력 감소를 목전에 둔 영국 정부가 미국에 굽실대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미국 대통령의 영국 방문은 당연하지만, 이처럼 발 빠르게 국빈방문을 요청한 전례가 없다는 것이다.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은 취임한 지 28개월이 지나서야 영국에 국빈 자격으로 초대받았다.
특히 지난 1월 국제사회를 뒤흔든 트럼프 대통령의 '반(反) 이민' 행정명령으로 영국 내에서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반감이 커지면서 트럼프 대통령의 국빈방문을 반대하는 내용의 영국 의회 온라인 청원에는 지금까지 180만 명이 넘게 서명했다.
해당 청원은 트럼프 대통령이 방문하더라도 여왕의 초청을 받는 '국빈방문'이 아니라 총리의 상대가 되는 '공식 방문'으로 격을 낮춰야 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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