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탁 위 '종의 멸종'을 경고하다…'빵 와인 초콜릿'
(서울=연합뉴스) 정아란 기자 = "종을 잃는 것은 촛불로 가득한 방에서 촛불이 하나씩 꺼지는 것과 같다. 처음 몇 개가 꺼질 때는 알아채지 못할 수도 있지만, 결국은 어둠 속에 앉아 있게 되기 때문이다."
'빵 와인 초콜릿'(원제: Bread Wine Chocolate)은 먹거리의 산업화가 가속하면서 '어둠' 속에 앉을 위기에 처한 인류에게 보내는 경고다.
식량농업기구(FAO) 조사에 따르면 인류가 섭취하는 음식물의 3/4이 식물 12종과 동물 5종에서 나올 정도로 식탁 위의 종은 급격히 줄었다.
이 통계에 갸우뚱하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슈퍼마켓만 가도 종류를 헤아리기 어려울 정도로 다양한 유제품이 진열돼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요구르트, 우유, 치즈, 아이스크림 등 이 모든 식품의 90%는 가장 젖을 많이 생산하는 동물로 알려진 홀스타인 젖소 우유로 만들어진 것이다.
농업 생물다양성 상실은 효율을 앞세워 단일한 종의 대량생산이 확산한 탓이다.
그만큼 식탁에서는 고유의 맛과 풍미를 가진 먹거리들이 사라지고 있다.
농업 생물다양성 감소는 또 다른 이유에서도 인간에게 좋은 일이 못 된다.
주로 섭취하는 특정 먹거리의 작황이 환경변화나 질병 등으로 타격받을 경우, 그만큼 식생활도 위험에 처하게 된다.
책은 미국의 언론인 심란 세티가 3년간 에티오피아 커피농장, 영국 효모균 배양 실험실, 캘리포니아 포도밭, 에콰도르 카카오농장 등에서 맛과 풍미를 지켜내고자 애쓰는 농부와 제조업자, 전문가들 이야기를 소개한다.
특별히 빵과 와인, 맥주, 초콜릿, 커피를 선택한 것은 인류 문명과 함께해왔으면서 산업화의 최전선에 있는 먹거리이기 때문이다.
저자는 새로운 음식들을 맛보는 일을 두려워하지 않고 맛보는 일, '인 비보'(in vivo·체내 보존)를 하자고 독려한다.
"먹는 것, 그리고 맛보는 것이 우리가 먹거리를 변혁할 수 있는 가장 쉽고 효과적인 길이다. 전에 먹어본 적 없는 음식을 맛봄으로써 맛있는 것을 요구함으로써 재배하고 파는 것을 바꿀 수 있다. 그것이 우리가 사랑하는 것을 되찾는 첫걸음이다."
동녘 펴냄. 윤길순 옮김. 468쪽. 1만9천 원.
airan@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