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반기 극장 관객 첫 1억명 돌파할 듯…4년 연속 외화강세

입력 2017-06-07 08:00
수정 2017-06-07 09:26
상반기 극장 관객 첫 1억명 돌파할 듯…4년 연속 외화강세

손익분기점 넘은 한국영화는 9편…대선 국면 속 다큐·코미디 강세



(서울=연합뉴스) 조재영 기자 = 올해 상반기 극장 관객 수가 사상 처음으로 1억명을 돌파할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영화는 전체 흥행 순위 1, 2위를 차지했지만, 점유율 면에서는 4년 연속 외화에 밀렸다.

한국영화 가운데 손익분기점을 넘긴 영화도 9편에 불과했다. 특히 제작비 20억∼40억원대의 중간급 영화들은 대부분 흥행에서 고배를 마셨다.

대선 등 정치적 상황과 맞물리면서 다큐멘터리, 코미디 영화들이 인기를 끈 것도 상반기 특징 중 하나다.

◇ 상반기 역대 최다 관객…1억명 넘을 듯

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에 따르면 올해 1월 1일부터 이달 5일까지 총관객 수는 8천542만명으로 집계됐다.

이는 작년 같은 기간보다 415만명(5%) 증가한 수치다. 지난 4년간 6월 평균 관객 수가 1천570만명인 점을 고려하면 이달 말까지 총관객 수는 1억명을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

지금까지 상반기 역대 최다 관객 수는 2013년의 9천850만명이었다.

김형호 영화시장 분석가는 "대통령 탄핵과 대선으로 이어진 긴박한 현실정치 상황에서 관객들이 한숨을 돌릴 공간으로 극장을 활용한 것 같다"고 분석했다.

일본 애니메이션 '너의 이름은.'과 할리우드 영화 '미녀와 야수' 등 멜로·로맨스 영화가 선전하면서 전통적인 비수기인 3월 시장을 견인한 것도 한 요인이다.

상반기 최고 흥행작은 782만명을 동원한 한국영화 '공조'였다. 532만명을 불러모은 '더 킹'은 2위에 올랐고 '미녀와 야수'(514만명), '분노의 질주:더 익스트림'(365만명), '너의 이름은.'(362만명)이 3∼5위를 각각 차지했다.

관객 200만 명을 넘긴 영화는 총 16편으로 집계됐다.

올해도 상반기 외화 강세 현상은 계속됐다. 국적별 관객 점유율을 보면 한국영화는 44.1%, 외화는 55.9%를 기록해 2014년부터 4년 연속 외화의 과반 점유율이 이어졌다. 국내 극장가에는 '상반기는 외화, 하반기는 한국영화 강세' 공식이 몇 년째 재연되고 있다.





◇ 손익분기점 넘은 한국영화는 9편뿐

극장 관객은 늘었지만, 전체적인 한국영화 성적표는 신통치 않다.

한국영화 흥행 순위 30위권에 든 작품 가운데 손익분기점을 넘은 영화는 9편으로 집계됐다.

제작비 100억원과 135억원이 각각 투입된 '공조'와 '더 킹', 80억원을 들인 '프리즌'(293만명), 75억원이 투입된 '보안관'(258만명)은 손익분기점을 넘겼다.

2000년 발생한 익산 약촌오거리 택시기사 살인사건을 소재로 한 '재심'(242만명)과 다큐멘터리 '노무현입니다'(126만명), 지난해 12월 21일 개봉해 올해까지 극장에 내걸린 '마스터'(715만명), TV 드라마와 함께 제작된 위안부 소재 영화 '눈길'(13만명)도 제작비를 건졌다.

그러나 100억원대가 투입된 '조작된 도시'(251만명)와 90억원이 각각 들어간 '임금님의 사건수첩'(163만명), '특별시민'(136만명)은 손익분기점의 높은 벽을 넘지 못했다.

◇ '허리' 영화 줄줄이 흥행 참패

상반기에는 다양한 장르와 소재의 작품이 극장가를 찾았으나 큰 호응을 얻지 못했다.

부녀간의 몸이 뒤바뀐다는 설정의 코미디 영화 '아빠는 딸'(64만명), 미스터리 스릴러 '시간위의 집'(13만명),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을 다룬 '보통사람' (38만명), 1955년 소설 '이와 손톱'을 원작으로 한 '석조저택 살인사건'(35만명) 등은 비교적 호평을 받았으나 흥행으로 이어지지는 못했다.

국내 최초로 자각몽을 소재로 한 '루시드 드림'(10만명), 신종 금융사기를 다룬 '원라인'(43만명), 김남길·천우희 주연의 '어느 날'(23만명), 이병헌 주연의 '싱글라이더'(35만명) 등도 마찬가지다.

이들 작품은 제작비 20∼40억원대의 중간 규모 영화로, 한국 영화계의 '허리'에 해당한다.

한 영화사 관계자는 "한주에 개봉하는 영화가 거의 포화상태인 데다, 관객들이 화려한 볼거리가 있는 블록버스터나 아트 영화가 아니면 관심을 두지 않아 중간 규모 영화들의 흥행이 어렵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작은 영화들은 극장 개봉 후 얼마 되지 않아 IP(인터넷) TV 등으로 볼 수 있어서 굳이 극장에서 돈을 주고 보지 않으려는 경향이 있다"고 분석했다.



◇ 대선 국면 속 다큐·코미디 영화 선전

다큐 '노무현입니다'는 개봉 10일째 100만명을 돌파했다. 국내 개봉한 다큐 영화 가운데 최단 기간 100만명 돌파 기록이다. 제작비 6억원인 이 영화는 지지율 2%의 꼴찌 후보였던 노무현이 경선을 거치며 대선후보 1위에 오르는 반전과 기적을 다룬 작품이다. 영화 자체가 드라마처럼 극적 요소를 갖춘 데다, 현재 정치적 상황 등도 흥행에 일조한 것으로 보인다.

지난 4월 온라인에서 무료로 먼저 선보인 뒤 극장 개봉한 '더 플랜'도 3만명을 넘어섰다. '더 플랜'은 지난 18대 대선 후 제기된 개표 부정 의혹을 다룬 다큐다.

이에 앞서 지난해 10월 '자백'(14만명)과 '무현, 두 도시 이야기'(19만명) 등 다큐 2편도 촛불 정국 속에 개봉돼 큰 호응을 얻었다.

상반기에는 정치영화보다 코미디 영화가 강세를 보인 점도 특징이다. 올해 1월 '공조'와 '더 킹'의 맞대결에서는 '공조'가, 5월 황금연휴 때 '임금님의 사건수첩'과 '특별시민'의 대결에서는 '임금님의 사건 수첩'이 더 많은 관객을 모았다.

fusionjc@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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