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터 장착' 류현진, '이닝 이터'로 변신
워싱턴전서 부상 이후 최다인 7이닝 투구, 투구수 102개
(서울=연합뉴스) 신창용 기자 = 특유의 습득 능력으로 커터를 장착한 류현진(30·로스앤젤레스 다저스)이 부상 이후 최장인 7회까지 마무리를 지었다.
류현진은 6일(이하 한국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의 다저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7 메이저리그 워싱턴 내셔널스와 홈경기에 선발 등판, 7이닝 동안 7안타(1피홈런) 4실점 했다.
실점은 비록 많았으나 류현진은 리그 최강의 워싱턴 타선을 7회까지 틀어막으며 '돌아온 이닝 이터'로서의 면모를 뽐냈다.
류현진은 이날 빠른 공의 위력이 살아난 것과 함께 새롭게 익힌 커터가 돋보였다.
2회초 선두타자 라이언 짐머맨에게 류현진은 초구 91.4마일(약 147㎞) 포심 패스트볼에 이어 2구째 88.0마일(142㎞), 3구째 89.9마일(145㎞) 속구로 헛스윙 삼진을 잡아냈다.
메이저리그 투구 추적 시스템에서는 마지막 공 2개가 포심 패스트볼로 기록됐지만 2마일 가까이 차이가 나는 이 공의 움직임은 커터에 가까웠다.
느린 화면으로 자세히 보면 공이 홈플레이트 근처에서 미세하게 휘어 우타자인 짐머맨의 몸쪽으로 파고드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류현진은 최근 인터뷰에서 휴스턴 애스트로스의 에이스 댈러스 카이클의 비디오를 보고 커터를 익혔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커터를 장착한 류현진은 속구에 대한 자신감이 살아났다.
경기 중후반에는 변화구의 비중을 늘리긴 했지만 1~2회에서 류현진은 속구 위주의 피칭으로 워싱턴의 강타선을 요리했다.
1~2회에서 류현진의 속구는 전체 투구 수 39개 중 절반에 가까운 19개(48.7%)였다. 나머지는 커브가 10개, 체인지업이 9개, 슬라이더가 1개였다.
어깨 부상 이후 최다 이닝에 도전한 류현진은 이닝을 거듭할수록 속구의 스피드가 떨어졌다.
1회 속구 평균 시속이 148.6㎞에 달했던 류현진은 5회에는 143.1㎞까지 내려갔다.
이에 류현진은 체인지업과 커브의 비중을 늘려갔다. 그렇다고 변화구만으로 상대 타선을 막기에는 한계가 있었다.
이 상황에서 커터가 다시 한 번 위력을 발휘했다.
류현진은 7회초 선두타자 마이크 테일러를 상대로 커브와 체인지업으로 2스트라이크를 잡은 뒤 86.3마일(139㎞)짜리 슬라이더로 헛스윙 삼진을 유도했다.
고속 슬라이더라고 하기에는 미세하게 꺾이는 공이었다. 커터라고 봐도 무방한 움직임이었다.
류현진은 라이언 레이번을 89.0마일(143㎞) 포심패스트볼로 유격수 앞 땅볼 처리하고 7회를 끝까지 책임졌다.
투구 수는 102개.
지난달 12일 4이닝 8피안타 7사4구 5자책 10실점으로 데뷔 이후 최악의 투구를 한 콜로라도 로키스전의 투구 수(101개)와 비슷했지만, 경기 결과는 판이했다.
당시 류현진은 자신감이 떨어진 속구 대신 체인지업 등 변화구 위주의 투구를 이어가다 '투수들의 무덤'을 피해가지 못했다.
하지만 이날은 경기 중후반에는 거의 변화구 위주의 피칭이었음에도 전체 투구 수 102개 가운데 속구가 46개로 45.1%에 달했다. 슬라이더(9개)로 기록된 커터성 공까지 포함하면 속구 비중은 이보다 더 늘어난다.
복귀 후 여러 시행착오를 거친 류현진은 커터를 익히며 새로운 해결책을 찾아낸 것으로 보인다. 부상 이후 최다 이닝 투구는 그에 대한 보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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